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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Apr 07. 2022

일생이 다이어트

지금 이 순간, 경제적 자유보다 먹는 자유가 더 간절해진다.

  식구들이 모두 잠든 어제 새벽,  큰맘 먹고 체중계에 올랐다가 깜짝 놀랄 숫자를 보게 됐다.

  체중계에 떠오른 숫자를 보고 짧은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이런 믿을 수 없어!

체중계를 한동안 안 썼더니 고장 난 거 아냐?

체중계 0점이 잘못 설정된 거 아냐?

0점이 잘못 설정되었다면

몇 시간 전에 체중을 잰

아이들은 얼마나 말랐다는 거야?"


  사실 알고는 있었다. 그동안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체중계를 멀리했을 뿐이다.

  작년 이맘때 넉넉하게 입던 청바지의 후크를 채우기가 힘들어졌다. 입기도 편하면서 나름 스타일리시하게 보이려고 구입한 맨투맨 티를 입고 거울 앞에 서니 웬 두리뭉실한 아줌마가 서 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성격의 모난 부분이  자주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부딪치고 서로 상처를 주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부딪치는 시간이 늘어날 때마다 먹는 걸로 위안을 삼으며 예민하고 까칠한 것보다 통통해지는  낫다고 생각했다.  




  둘째 아이를 낳고 1년이 지나도 좀처럼 살이 빠지지 않는 나에게 남편은 한 가지 제안을 했었다. 정해진 기한까지 50kg까지 빼면 뉴질랜드로 여행을 가자고 했지만 그때 당시 둘째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운동할 시간을 따로 할애하지 못했고 남편의 제안은 그렇게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아이 둘이 유치원에 가게 되면서 아이들이 없는 오전 시간을 이용해 헬스와 필라테스를 병행했지만 근육량만 늘어날 뿐 체중에는 변화가 없었다. 내 몸에서 5kg를 덜어내기가 그렇게 힘든 건가…




  그러다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던 이맘때, 학부모 엄마의 소개를 받아 한약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인바디 측정 후 상담을 하면서 결과지를 보던 한의사 선생님은 나는 근육량이 많아서 운동을 하면 근육량만 늘어날 뿐 살은 빠지지 않는 체질이라고 첫 달은 한약을 먹으며 운동은 하지 말자고 했다.

  그렇게 한약만 먹으며 한 달, 그 후 몇 개월은 아주 적당한(걷기?) 운동과 한약을 먹으며 처녀 시절 몸무게인 47kg까지 뺐었다.

  나의 첫 다이어트를 생각해 보니 그때는 의도된 다이어트는 아니었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약속이 없는 날은 저녁식사를 하지 않았었는데 어느 날인가 고등학생의 통통한 몸에서 탈출하게 됐던 것 같다.




  어제 새벽, 체중계에 오르겠다는 생각을 한 그 순간부터 나의 다이어트는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체중계에 찍힌 놀랄 만한 숫자를 확인해 버린 지금, 이제 더 이상은 코로나 핑계만 대며 피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중년의 나이에 또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일단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하루에 3잔 이상 마시던(여름이면 믹스커피 두 개를 털어 넣고 얼음을 잔뜩 넣어 아이스커피로 타 먹던) 믹스커피를 되도록 먹지 않거나 1회로 줄이고 저녁 6시 이후로 먹지 않기로 한다.

  아~ 근데 지금 이 순간, 경제적 자유보다 먹는 자유가 더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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