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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다 Oct 02. 2022

사람과의 거리

작자 미상

시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중-


사람과의 거리


나무 한 그루의 가려진 부피와 드러난 부분이

서로 다를 듯 맞먹을 적에

내가 네게로 갔다 오는 거리와

네가 내게로 왔다 가는 거리는

같을 듯 같지 않다.


하늘만한 바다 넓이와 바다만큼 깊은 하늘빛이

나란히 문 안에 들어서면

서로의 바람은 곧잘 눈이 맞는다.

그러나, 흔히는 내가 너를 향했다가 돌아오는 시간과

네가 내게 머물렀다 떠나가는 시간이

조금씩 비껴가는 탓으로

우리는 때 없이 송두리째 흔들리곤 한다.


꽃을 짓이기며 얻은 진한 진액에서

꽃의 아름다움을 찾아보지 못하듯

좋아하는 사람 곁에 혹처럼 들러붙어 있어도

그 사람과의 거리는 가까워지지 않는다.


꽃과 꽃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눈앞에 있을 때 굳이 멀리 두고 보듯 보아야 하고

멀리 있을 때 애써 눈앞에 두고 보듯 보아야 한다.


누구나 날 때와 죽을 때를 달리하는 까닭에

꽃과 꽃처럼 아름다운 이에게 가는 길은

참으로 이 길밖에 딴 길이 없다 한다.


- 작자 미상



책 정리를 하다가

문득 발견한 좋은 시를 나누고자

비오는 창문을 활짝 열고

스탠드 하나 킨 방에서

시를 읊는다.


마음에 와닿는 시들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서로에게

시와 마음을 듣려주는 날이

곧 올지도 모른다 꿈꾸어 본다.


비록 꽃을 멀리 보듯 가까이 보듯 나의 꿈도 그리 보아야겠지만-

아름다운 마음으로 가는 길은

참으로 이 길밖에 딴 길이 없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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