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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경 May 23. 2018

반려식물 200개가 만든 작은 생태계

온도도, 습도도 비슷하고, 환기도 적게

맛있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드는 아이들


하루는 아들이 친구 두 명과 함께 집에 왔습니다. 마침 점심 때라 밥을 굶길 수 없어 뭘 해 주면 좋을까 잠깐 고민했어요. 갑자기 들이닥친 거라, 별 수 없이 찬밥에 카레지요. 마침 전날 저녁에 넉넉하게 해 둔 카레도 있었거든요. 그래도 두 개만 주기는 좀 미안해서, 달걀 프라이를 한 개씩 얹어 일본식 카레처럼 만들어 주었습니다. 찬밥을 데워 카레에 반숙 달걀 프라이를 얹은, 정말로 간단한 한 그릇 음식이었어요.


그런데, 아들과 아들 친구들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카레라며 그릇을 순식간에 비웁니다. 우리 엄마의 카레는 맛이 없어도 너무 맛이 없어서 먹을 수가 없다면서요. 열두 살짜리들이 접대성 멘트를 저렇게 할 수 있나 싶어 어리둥절합니다. 똑같은 재료로 만드는데 뭐가 그렇게 다르냐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차원이 다르답니다. 저도 영문을 몰라 어느 지점을 반복 학습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남편도 요즘 요리 솜씨가 좋아진 것 같다고 가끔 얘기해 주는데, 정말 제가 요리의 달인이 된 걸까요. 여전히 감자는 또옥똑 속도로 썰고, 식사 준비에 걸리는 시간도 18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30분이에요. 혹시 나무 덕분일까요? 똑같은 밥과 찌개도 나무가 빼곡한 캠핑장에서 먹으면 유난히 맛있게 느껴지잖아요. 실내에서 식사하고 있지만, 나무가 많아 숲 속에서 먹는 착각이 들어 거기서 오는 정서적 만족감은 아닐까요?


실내공기정화식물을 가득 채운 숲 같은 저희 집은 이제 손이 별로 가지 않으면서도 잘 자라는 나무들로 가득해 죽어 나가는 비율은 낮은 편이에요. 그래도 저를 떠나긴 합니다. 위태위태하던 유칼립투스가 또 저를 버리고 떠났어요. 유랄립투스는 우리 집에서는 정말 안 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어요. 안 되는 것에 집착은 그만. 그렇지만, 제겐 새로 데려온 관음죽이 있습니다.


스킨답서스에 동글하게 맺힌 이슬. 너무 사랑스러워요! 유칼립투스가 가고 대신 온 관음죽. 토분에 있는 아이에요.
무조건 모아 주세요. 그게 무조건 생육에 좋습니다. 더 아름답게 감상하시려면 식물의 높낮이를 흐르게, 강약중강약을 주세요!


식물이 스스로 만드는 작은 생태계


시들시들하던 식물들을 모아 화단을 만들어 주면, 며칠 지나지 않아 잎이 반짝반짝하는 걸 느끼실 수 있어요. 저도 부지런하기로는 명함을 내놓을 정도 되는데, 24시간 모두를 식물 관리에 쓸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최적화 지점을 찾아야 합니다. 제 가장 큰 목적은 공기정화에 있어요. 두 번째로는 아름다워야 하고, 세 번째로는 가족이 스스로 관리할 만큼 식물이 쉬워야 합니다.


식물이 가득한 실내는 항상성을 유지해요. 미세먼지 수치는 늘 외부의 10% 정도, 습도는 60% 정도이고, 포름알데히드 수치도 매우 좋음 수준이에요. 습도가 높은 날엔 아침에 잎에 이슬이 맺히기도 해요. 사람들에게 얘기하니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라 사진으로 남겨두었어요. 스킨답서스 잎에 이슬이 대롱대롱 매달립니다. 식물이 호흡하고 있다는 증표지요. 스스로 습도를 관리하니, 아침에 스프레이 하는 횟수도 줄였습니다.


온도도, 습도도 비슷하고, 환기도 적게 하니 집 전체의 에너지 효율이 좋아져요. 이렇게 되는데 일 년 남짓한 시간이 걸린 것 같아요. 늘 항상 손이 많이 가진 않습니다. 운전처럼 요리처럼 숙련되니 너무 할 일이 없어 미안할 정도예요. 아무 조건 없이 신선한 공기를 주니, 고맙기만 합니다. 요즘엔 품이 덜 들어 좀 심심해요. 그래서 지난 주말에는 모종을 사다가 텃밭 가득 심었었습니다.  


미세먼지가 없는 여름이라는 기사가 있었어요. 작년 여름 같은 경우에는 수영장 가자는 초대가 부담스러울 만큼 미세먼지가 나쁜 날이 많았거든요. 저는 방심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가을부터 실내 활동이 늘어나잖아요. 오히려 식물이 잘 자라는 요즘부터 미세먼지 높아지는 가을 겨울을 대비한 식물 키우기가 필요한 시점이에요. 식물도 생물이라, 바뀐 공간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식물과 함께 살기,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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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에 에필로그도 쓰고 인사드렸는데,

책이 출간되는 바람에 퍼스트 오더를 진행하며 5주 더!

브런치 수요매거진에서 만나 뵙게 될 것 같아요.

저는 이별이 섭섭했었는데, 부활한 느낌입니다.

제 첫 책도 널리 알려주시길 부탁드려요.

널리 알려 교실이 숲이 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2018년 5월 27일 JTBC 다큐플러스 방영분입니다. 

식물을 200개나 키우는 이런 희한한 사람도 다 있구나. 하고 참고만 해 주세요!  

공기정화식물과 공기청정기로 실내공기를 관리하는 얘기가 궁금하시면 아래 매거진에서 보실 수 있고요, 

글을 하나하나 클릭하는 게 너무 귀찮다 하시면 책으로도 정리해 두었습니다. 

덕분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면 (브런치 독자들이 원하신다는 전제 하에) 무료 강연회 하겠습니다. 

제 개인적인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아래 블로그도 있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티스토리 버전으로도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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