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분갈이와 영양 보충
봄에 화분 분갈이를 하는 건 어깨 넘어 들어 알고 있었는데, 영 외면하고 싶은 거예요. 화분 속에 숨어 보이지 않는 흙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뿌리를 타고 스멀스멀 벌레들이 기어 다닐 것 같고, 애벌레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 것 같고, 뿌리는 만지기만 해도 식물이 바스러질 것 같고요. 먼지가 집안에 날아다니는 것도 반갑진 않고요.
그런데, 봄엔 다 새잎을 틔워 올리기 시작하는데, 성장이 그대로 멈춰 있는 나무들이 느껴지는 거예요. 엄마의 본능이랄까요. ‘아, 화분이 작구나.’ 하는 느낌이 왔어요. 성장하지 않는 거야 괜찮은데, 화분 안에 뿌리가 꽉 들어차면 숨을 쉬지 못해 죽어요. 2년쯤 잘 키웠는데 갑자기 시들시들하다 하면 100% 분갈이 시점입니다. 더 미룰 수 없을 때까지 온 거예요.
준비물은 돗자리, 장갑, 정원용 가위, 보충용 흙, 세척한 마사토, 양파망, 새 화분입니다. 장갑을 끼지 않고 흙을 만지면 손이 점점 망가져요. 제 손은 나날이 손바닥이 두꺼워지고 있습니다. 사실 그보다는 장갑 없이 흙을 만지다가 불쑥 나타나는 지렁이 같은 걸 만지고 싶지 않아요. 눈으로 보는 건 웬만큼 할 수 있지만, 벌레를 손으로 만지기엔 아직 내공이 부족합니다.
장갑을 먼저 끼고, 바닥엔 돗자리를 펴요. 처음엔 신문지를 깔고 시작했는데, 신문지는 축축한 흙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금방 찢어집니다. 비닐 소재의 돗자리가 좋아요. 흙의 무게도 잘 지탱하니 흙 부스러기를 탁탁 털면 마무리도 깔끔합니다. 지름 20cm 미만의 작은 화분은 큰 쇼핑백 안에 넣고 해도 좋아요.
양파망은 새 화분의 물 빠짐 구멍을 막아주는 용도인데요, 구멍을 막지 않으면 물을 줄 때마다 동그랗게 흙 동전이 생겨요. 그만큼 흙이 유실됩니다. 그럼 분갈이를 다시 해 줘야 하니 처음부터 그물망으로 구멍을 막아주세요. 시중에서 파는 거름망도 써 봤는데, 저는 양파망이 제일 좋더라고요. 살림하며 늘 챙겨두는 삼종 세트 중 하나입니다.
정원용 가위는 흙 봉지를 개봉할 때, 잎을 정리할 때, 뿌리를 자를 때 두루두루 필요해요. 보충용 흙은 주로 드림 상토를 씁니다. 식물들도 잘 자라는 편이에요. 마사토는 화분 아래쪽에 깔아 물 빠짐을 좋게 하는 용도로 씁니다. 세척하지 않은 마사토는 진흙이 많이 묻어 있어 물을 따라 화분 아래로 흘러 지저분해서 싫더라고요, 화분 흙이 점점 단단해져 공기층을 없애 뿌리가 숨쉬기 힘들어하니 세척 마사토를 써 주시는 편이 좋아요. 대형 화분일 경우에는 스티로폼을 큼직하게 잘라 넣어 물 빠짐을 좋게 해 주기도 합니다.
분갈이를 하려면 우선 화분을 눕혀 가장 큰 줄기를 잡고 화분에서 살살 꺼내 줍니다. 뿌리의 흙을 털고 화분은 새 흙으로 채워줘요. 상한 뿌리도 잘라 부피를 줄여 줍니다. 그다음, 화분을 세우고 나무를 중앙에 반듯하게 놓은 후 중심을 잘 잡으며 가장자리에 흙을 채웁니다. 이 과정에서 실패하면 삐딱하게 심어진 나무를 봐야 하는데, 저는 비뚤어진 나무를 보는 게 영 힘들더라고요. 센터를 잘 잡아주는 게 중요합니다.
분갈이의 목적은 뿌리가 성장하기 위한 공간을 확보하고, 흙 보충을 통해 영양 공급을 해 주는 데 있어요. 식물마다 좋아하는 물 빠지는 정도가 다 다르니, 배양토 마사토 비율은 식물 관련 책자를 보시며 참고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이름을 정확하게 모르는 식물은 모양이 비슷한 식물의 가이드라인을 따라줍니다. 사촌 팔촌 개념이라 비슷하게 맞았어요.
영양제는 수용성 화학 비료를 썼는데, 화학 비료는 식물이 자생하는 힘을 약하게 한다 해서 올해는 친환경 유기 비료를 써 보려 해요. 식물도 살아 있는 애들이 스스로 병충해를 물리치도록 균형을 잘 맞춰 줘야 하는데, 밸런스가 깨지면 뭔가 이상이 옵니다. 올해는 장식용 돌처럼 아름다운 모양의 비료를 써 보려고 해요.
저는 동트기 전 새벽에 집중이 제일 잘 되어 매일 그 시간에 글을 쓰고 있어요. 해가 점점 더 떠오르면 신데렐라가 시계를 자꾸 보는 것처럼 저는 창 너머를 흘깃흘깃 보게 되어요. 날이 밝으면 글 쓰는 마법이 끊길 것 같기만 해서요. 점점 낮이 길어지니 점점 더 새벽에 일어나게 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도 생명이 시작하는 새벽의 에너지가 전달되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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