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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보카도 나무

마당에서 따 먹는 낭만

캘리포니아레모네이드


2010년 겨울, 처음으로 미국 그리고도 캘리포니아 여행을 준비하면서도 그다지 흥미가 없었어요. 미국 문화에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디즈니랜드를 보고 싶어 하는 5세 아들과 6세 8세의 조카들과 캘리포니아로 떠났습니다. 친한 언니와 형부가 살고 있어 보고 싶기도 했고요. 한 번도 가보고 싶지 않았던 캘리포니아는 첫 방문으로 제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어요.


높은 건물이 거의 보이지 않는 넓고 평평한 땅, 아름드리 나무들이 빼곡하게 서 있는 넓은 공원, 새파란 하늘, 산들바람. 언니네 집 양털같이 뽀얗고 보송보송한 카펫이 깔린 계단에 앉아 하얀 아치형 창문 너머의 파란 하늘을 보고 있으면 부러울 것이 없었어요. 조용하고 평화로운. 똑같은 업무를 똑같이 처리하고 있으면서도 뭐가 그렇게 편안하게 느껴졌을까요. 300 Dpi로 찍은 사진 같이 해상도 선명한 기억입니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또 다른 친구네 마당에는 아름드리 오렌지 나무, 레몬 나무가 있었어요. 그 열매를 바로 따서 오렌지에이드와 레모네이드를 해 먹는대요. 세상에. 너무 부러웠어요. 그때부터 오렌지 나무를 마당에서 키우는 건 로망이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 오픈한 친구 스튜디오 사진에 오렌지 나무가 있는 걸 봤어요. 씨앗부터 키웠다는데, 꽤 무성한 걸 보니 반가웠습니다. 푸드 스타일링, 푸드 컨설팅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 나무인지! 저도 오렌지와 레몬 씨앗을 심어 싹 틔워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고등학교 짝꿍의 푸드 스타일링 스튜디오에 있는 오렌지 나무. 인스타그램@foodproject_lyn

마당에서 따 먹는 아보카도


그 사이 미국 언니네는 큰 정원이 있는 넓은 집으로 이사했어요. 살림살이가 나아진 거니 축하할 일입니다. 정원에 키가 2m도 넘는 아보카도 나무가 있는데, 언니가 씨앗부터 9년 동안 키운 거라 했어요. 주인의 사랑을 가득 받은 나무는 늠름했습니다. 조그만 씨앗부터 저렇게 키웠으면 9년어치의 하루하루를 같이 보냈을 텐데, 얼마나 많은 추억을 함께 쌓았을까요.


곧 열매를 맺고도 남을 크기 같은데, 아직 한 번도 아보카도가 열린 적은 없다고 합니다. 아보카도 나무는 암꽃과 수꽃이 피는 시기가 달라 두 그루 이상 키워야 열매를 맺는다고 해요. 작년에 다른 아보카도 나무를 심었다니 올해는 열매를 맺지 않을까요. 옆에 살면 자주 들여 다 볼 텐데 13시간이나 걸리는 그곳은 멀긴 먼 곳입니다. 

언니가 9년 동안이나 키워 온 아보카도 나무의 늠름한 자태.

제 아보카도 나무도 열매를 맺을까 궁금해요. 저는 세 그루의 아보카도 나무를 키우고 있는데, 한 그루는 단단하게 자라 줄기를 불리고 있고, 두 그루는 웃자랐는데 그래도 언니네 나무처럼 잘 자랄지 궁금합니다. 둘은 멕시코산 아보카 도고, 다른 하나는 캘리포니아산 아보카도인데 열매를 맺을지 안 맺을지도 궁금해요. 박완서 선생님 산문집 ‘호미’를 읽다 보면 마당 가꾸시는 얘기가 등장하는데, 수입 꽃들은 거의 한 해 살고 죽어 버리고 우리 꽃들이 몇 해가 지나도 꽃 피우더라 하셨던 얘기도 생각나고요. 

작년에 싹 틔운 나의 아보카도 나무.

지금은 화분에 담아 아보카도 나무를 키우고 오렌지와 레몬은 아직 시작도 안 했지만, 언젠가 더 큰 정원에 옮겨 심는 생각만으로도 오늘이 기쁩니다. 그 나무에서 열매가 맺히고 따오는 상상만 해도 미소가 번집니다. 긴 시간이 필요한 프로젝트지만, 아보카도 나무를 상상할 때마다 사다리 올라가 왁자지껄 따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보여요. 땅이 주는 힘. 즐거운 상상. 그것만으로도 저는 오늘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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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27일 JTBC 다큐플러스 방영분입니다. 

식물을 200개나 키우는 이런 희한한 사람도 다 있구나. 하고 참고만 해 주세요!  

공기정화식물과 공기청정기로 실내공기를 관리하는 얘기가 궁금하시면 아래 매거진에서 보실 수 있고요, 

글을 하나하나 클릭하는 게 너무 귀찮다 하시면 책으로도 정리해 두었습니다. 

덕분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면 (브런치 독자들이 원하신다는 전제 하에) 무료 강연회 하겠습니다. 

제 개인적인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아래 블로그도 있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티스토리 버전으로도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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