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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살리는 무의식적인 습관들

벌레 잡기, 노란 잎 떼 주기, 햇빛 반대 방향으로 돌려놓기

뛰어나다는 것은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


저도 부지런한 건 자신 있는데,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어요. 나와는 다른, 원래부터 매우 똑똑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리추얼>이라는 책을 보니, 천재들도 일상 속에서는 우리랑 똑같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더라고요. 그렇다면, 대체 그런 분들은 어떻게 살길래 그렇게 많이 생산할 수 있는 걸까요. 종일 따라다니며 관찰하고 싶을 만큼 궁금해요.


이를테면, 박완서 선생님. 아이를 다섯이나 키우면서도 옷도 만들어 입히고, 밤새 연탄불을 갈아가면서도, 이불에 풀을 먹여 시침질해 홑청을 바꾸시는 대단한 생산성을 가진 생활인이셨어요. 얼마나 바지런하고 총명한 분이면 그 와중에도 거의 매해 책을 쓰실 수 있는 걸까요. 하루만이라도 곁에서 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민식 PD의 책을 보니, 이 분은 한 번에 한 가지가 아니라, 한 번에 두세 가지 일을 처리합니다. 설거지하며 영어 공부를 하고, 길을 걸으며 영어 공부. 업무를 한 가지씩 직렬로 처리하는 게 아니라 여러 업무가 동시다발적으로 처리되는 병렬식 프로세스예요. 오랜 시간 수련으로 몸에 배어 든 습관일 거라 추측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는 우리가 반복한 행동의 결과물이다. 뛰어나다는 것은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라고 하셨지요. 


살아가는 습관, 생각하는 방식은 몸에 스며 잘 떨어지지 않아요. 몸에 배어든 것은 머리카락이나 손톱처럼 가만히 두어도 자라는데, 좋은 습관으로 가다듬으려면 의식의 세계에서 끊임없이 행동을 수정하는 반복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러다, 무의식의 세계에서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수행하고 있는 것을 보면 드디어 습관이 된 것인데, 문 살살 닫기, 그릇 살살 내려놓기,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침대 정리하기 등의 과목이 있습니다. 

책은 마음을 닦아 주고 생각을 늘려 주는 마법사 같아요. 요즘에는 소파에 누워 하늘 보며 책 읽는 시간이 제일 행복합니다.

무의식이 움직이는 손 


인간의 뇌 회로도를 바꾸는데 약 90일이 걸린다고 해요. 단군 신화의 웅녀가 100일 동안 마늘을 먹었고, 줄리아 카메론이 매일매일 쓰라 했던 날도 90일이고, 아기가 태어나면 100일을 축하합니다.  


식물을 키우는 데에도 물 흐르듯 익혀야 하는 몇 가지 습관이 필요합니다. 운전하듯 순조롭게. 망설이는 순간이 없고, 이미 손이 나가 움직이는 상태를 말해요. 노란 잎이나 시든 잎을 봤을 때, 노랗구나 하는 순간 이미 손은 그 잎을 따고 있는 거예요. 벌레를 발견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햇빛 보고 있는 방향을 바꿔 줄 때도 습관적으로 손이 튀어 나갑니다.


식물은 해가 나는 쪽으로 가지를 뻗고 잎을 틔우는데, 본능대로 자라도록 그냥 두면 휘어지고 한쪽만 잎이 무성해져 모양이 덜 예뻐져요. 수시로 반대편으로 돌려 반듯하게 자라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화분을 돌리면서도 참 심술궂다고 느껴요. 반대편은 해를 따라 풍성하게 자라고 있어 대부분 돌려놓으면 실내에서 더 예쁜 모양을 볼 수 있어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계속하는 것. 묘약도 없고, 요행도 없어요. 그렇게 인정하고 ‘잘 하든 못 하든 그냥 매일매일 하자.’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은 지워 버립니다. “다 맞았어?” “1등 했어?” “이겼어?”도 다 박박 문질러 지웁니다. 저는 그저 어제의 나보다 쌀 한 톨만큼이라도 나은 사람이면 되어요. 하루하루 제 에너지의 남은 한 방울까지 완전히 연소한 날, 잠도 푹 잘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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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27일 JTBC 다큐플러스 방영분입니다. 

식물을 200개나 키우는 이런 희한한 사람도 다 있구나. 하고 참고만 해 주세요!  

공기정화식물과 공기청정기로 실내공기를 관리하는 얘기가 궁금하시면 아래 매거진에서 보실 수 있고요, 

글을 하나하나 클릭하는 게 너무 귀찮다 하시면 책으로도 정리해 두었습니다. 

덕분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면 (브런치 독자들이 원하신다는 전제 하에) 무료 강연회 하겠습니다. 

제 개인적인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아래 블로그도 있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티스토리 버전으로도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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