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가족사진

딸기 주물럭 (20년 4월)

by 주토토

만우절을 챙길 정신은 없었나 보다. 일기를 쓰는 지금에야 이 날이 만우절이었던 것을 깨달았는데, 알았다고 해도 우리 부부가 만우절에 장난을 걸진 않았을 것이다. 평소에 우리는 서로에게 장난을 하지 않는 편이다. 겉으로 봐선 둘 다 별로 말도 없고 사진도 안 찍고 뭔 재미로 사는가 싶기도 하지만, 우리끼리는 지난 9년 동안 나름 즐겁게 살아왔던 것 같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산후 우울증에 대해 크게 걱정한 적이 없었다.

내가 육아휴직을 해서 공동육아를 하면 모든 게 괜찮을 거라고 낙관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신생아 육아가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게다가 아내는 모유 양을 늘리기 위해 밤에도 수유를 감행했다. 밤낮으로 모유수유를 하니 체력 좋은 아내도 넉다운되고 말았다. 밖에서 햇볕을 쬐며 잠시라도 쉬면 기분이 풀릴 텐데, 코로나 19 때문에 자유롭게 돌아다니지도 못할뿐더러 아직 바람이 차가웠다. 화분을 돌보느라 잠시 마당에서 분갈이를 하던 아내는 골반 뼈가 시큰거린다며 방으로 들어가 누워있어야 했다. 그렇게 하루도 종일토록 집에만 있으니 몸뿐 아니라 마음도 축축 처지는 듯했다.

출산 전만 해도 아내는 집에 있는 경우가 없었다. 쉬는 것도 노는 것도 집이 편한 나와 달리 아내는 밖에서 걷고 마시고 먹고 대화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성격이었다. 그런 사람이 집에만 있으니 얼마나 답답할까(넷플릭스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 그래도 우리 부부는 공동육아를 하지만 홀로 아이를 돌봐야 하는 엄마 혹은 아빠들은 어떤 심정일까.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아내에게 오늘은 잠시라도 마꼬와 함께 나가보자고 했다. 마꼬 탄생 한 달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아내는 피곤해서 눈이 반쯤 감겨있는 상황에서도 눈을 반짝이며 어디로 갈 거냐고 물었다.


우리는 옷을 단정히 차려입고 집 마당에 나왔다. 아직 마꼬가 한 달밖에 안 된 꼬꼬마라서 멀리 가지 않기로 했던 것이다. 우리에겐 이 좁고 작은 마당으로 나가는 게 별 거 아니지만, 마꼬에겐 달에 내딛는 첫걸음처럼 느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최대한 조심해서 바깥으로 나가 마꼬가 춥지 않도록 바람 가림막으로 무장한 유모차에 태웠다.

셀카봉을 연결해 첫 가족사진도 찍었다. 포카는 유모차에 들어간 마꼬가 걱정돼 계속 안절부절못해했고, 마꼬는 가림막 때문에 얼굴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아내가 너무 힘들어 보여서 괜찮냐며 피곤해 보인다고 말했다가 아내에게 한소리를 들었다. 피곤하니 피곤해 보이는 게 정상이라면서 '외모 평가'하지 말라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맞는 말이었는데, 너무 맞는 말이어서 내가 꽁해졌다. 게다가 사진 찍을 때마다 바람이 불어서 전설의 락스타처럼 머리가 산발이 되었다. 이런 엄한 분위기 속에서 사진 몇 장을 겨우 찍었다. 어쩜 첫 가족사진이 이리도 아름다운지, 만우절다운 사진이었다.

마당에선 평생 안 볼 사이처럼 싸늘하더니, 집에 들어와선 오래된 추억을 회상하듯 우리는 오랜만에 함께 햇볕을 쬔 것만으로 기뻐했다. 마꼬에게도 아프지 않고 한 달 동안 무럭무럭 자라서 고맙고, 오늘 외출도 대단했다며 칭찬했다. 포카 역시 마꼬를 지키느라 고생했다면서 간식을 줬다.




저녁으로 두릅을 이용한 요리를 했다. 두릅 차돌박이 볶음과 두릅 낫또 간장 파스타를 차렸다. 하지만 당연 오늘의 메인은 딸기 주물럭이었다. 딸기를 좋아하는 아내가 제주도 사람들은 딸기를 주물럭으로 해 먹는다고 했다. 돼지 주물럭을 연상한 나는 미간을 찌푸렸고 아내는 그런 게 아니라며 SNS에 있는 몇 가지 사진을 보여줬다. 겉보기에 딸기 라떼 같기도 하고 딸기 셰이크 같아 보였는데, 레시피가 정말 간단했다.

우선 딸기꼭지를 따고 딸기를 깨끗이 세척한다. 볼에 딸기를 담고 위생장갑을 낀 손으로 열심히 주무른다. 흥건해진 딸기물에 설탕이나 시럽 등을 넣고 우유와 잘 섞으면 완성이다. 나는 산모에게 줄 거라 설탕 대신 꿀을 넣었다.

봄이 제철인 딸기는 임산부에게 필요한 엽산이 있어서 임신 중에 꼭 필요한 과일이다(그래서 한 임산부가 겨울에 딸기를 먹고 싶어 했다는 옛이야기가 있는가 보다). 비타민 C가 많아 피로 해소와 면역력에 좋으며, 섬유질도 풍부하여 변비 예방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또한 딸기, 망고, 키위처럼 밝은 색상의 과일은 모발이 빨리 성장하게 도와 탈모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무엇보다 딸기의 제일 좋은 효능은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아닐까. 딸기의 새콤달콤함에 우유의 고소함까지 더해 우리가 익히 아는 딸기우유 맛이 났다. 우유의 단백질과 칼슘까지 더해지니 이보다 영양가 높고 맛있는 간식도 없으리라. 아내도 기분 좋아하며 딸기 주물럭을 두 잔 드링크했다. 이렇게 간단한 레시피로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니, 일찍이 제주도에서 태어나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였다.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엉망진창인 첫 가족 사진을 보며 한참을 웃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까무룩 잠이 들었다.





*저처럼 하면 곤란해져요!
-본래 딸기 주물럭에는 설탕을 엄청 넣더라고요. 물론 그래야 맛있죠! 하지만 모유수유 중에는 모유가 찐득해지고 유선을 막을 수 있어서 단 것을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아요. 죄책감이 들지 않게 합의점을 찾아봐요!

-딸기처럼 껍질을 제거하지 않고 통째로 먹는 과일은 그만큼 세척을 신경 써야 할 텐데요. 저는 예전엔 흐르는 물에 오래도록 씻었는데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해요. 잘 알려진 베이킹파우더나 식초, 소금 역시 물로 그냥 씻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식품의약품 안전처에 따르면 흐르는 물이 아닌 담금물에 2분가량 담가두었다가 2-3회 흔들어서 씻고 마지막으로 흐르는 물에 세척하는 것이 잔류 농약을 세척하는데 효과적이라고 해요. 그럼에도 농약을 모두 제거하는 건 어려운데, 과일 세정제를 따로 구매해서 사용하면 90% 이상 제거할 수 있다고 하네요. 과일뿐 아니라 채소도 이 방법으로 하셔야 농약 제거를 할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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