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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토 Aug 29. 2020

칼슘이 부족한 그대에게

곤드레밥과 아욱 표고버섯 조림


나름 아내의 산후조리를 담당하고 있는 자로서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출산 후 두 달이 되어갈 즈음, 아내는 산부인과에 두 번째 검사를 받으러 갔다. 오로 배출이 끝났는지, 자궁은 정상적으로 수축되었는지, 산후 회복 상태를 알아보기 위한 두 번째 검사였다. 지난 첫 번째 검사에서 모든 수치가 정상 범주에 속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나는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아내는 칼슘이 부족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나는 변명하듯 그럴 리가 없다면서 항변했다. 아내의 칼슘 부족을 막기 위해 지금껏 나는 아침마다 아내에게 시리얼과 우유를 준비했고, 오후에 간식으로 딸기나 망고, 아몬드를 넣은 요거트를, 저녁엔 종종 치즈를 듬뿍 뿌린 음식을 해주었다. 그런 나를 보며 아내는 그만 변명하라는 듯 쿠팡에서 칼슘 보충제를 주문했다.

암만 생각해도 이상했다. 내가 공부하기로 산모에게 필요한 영양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칼슘이다. 수유 시, 칼슘이 부족하면 엄마의 뼈나 치아를 용출시켜 모유로 만든다. 그 말인즉슨, 요 근래 아내는 자신의 뼈를 녹여 아이에게 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그 위험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식재료 중 칼슘의 체내 흡수율이 30-40%로 가장 높은 편인 우유와 우유로 만든 유제품을 먹었던 건데, 대체 이게 어찌 된 걸까.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내의 사례만이 아니었다. 2015 국민건강 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대부분이 칼슘이 부족한 상태라고 한다. 1일 권장 섭취량이 700mg인데, 실제 평균 섭취량이 497.5mg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유를 많이 먹는 성장기 아이들 역시 10명 중 7명은 칼슘이 부족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우유 소비량이 높은 미국과 유럽에선 골다공증 환자의 비율이 상당한 걸로 알려져 있다.

자료를 찾아볼수록 나는 두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흔히 우유가 칼슘의 왕이라 불리지만, 우유에 함유된 ‘카제인’ 성분 때문에 오히려 칼슘이 빠져나간다는 연구 결과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무엇이 옳은지 오랜 세월 논쟁 중이라 확언할 순 없지만, 한 가지 더 알게 된 사실은 생각보다 우유에 칼슘이 적다는 것이다.

내가 바이블처럼 많이 들춰본 <자연주의 산후조리>(시공사, 2015)에 따르면, 우유는 칼슘 함유량이 100g당 105mg인데 반면, 봄에 흔히 먹는 돌나물이 우유보다 칼슘이 두 배 많고(212mg), 말린 곤드레 잎은 28배 이상(2,958mg) 많다. 말린 고구마 줄기(1,355mg), 말린 머위(1,104mg), 말린 토란대(1,050mg)에도 1,000mg 이상의 칼슘이 있고, 그 외에 무시래기, 깻잎나물, 무말랭이, 곰취, 도라지, 취나물, 쑥, 호박고지, 고춧잎도 칼슘이 많다고 언급했다.

또한 저자는 채소만큼이나 해조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톳(1,250mg), 미역(1,162mg), 파래(1,015mg), 다시마(759mg), 매생이(574mg), 김(510mg)에 칼슘이 많다고 소개하였으며, 체내 흡수율과 이용 효율이 높고 다양한 미네랄도 있다고 소개하였다.  

물론 체내 흡수율 면에서 채소보다 우유가 효과가 좋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은 샐러드처럼 채소를 생으로 먹었을 때의 이야기고, 한식처럼 채소를 데치고 쪄서 나물이나 조림, 찌개 등으로 먹는 경우, 그 과정에서 채소에 함유된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는 성분들이 대부분 제거되기 때문에 흡수율을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다.




고민할 것도 없이 나는 식물성 칼슘 위주로 식단을 다시 짰다. 말린 곤드레를 강원도 직송으로 샀고, 재래시장에서 손질된 고구마 줄기를 사거나 염장된 톳을 종종 구입해 먹었다. ‘너 없이도 잘 살 거야’라며 안녕을 고했던 미역도 냉장고 선반에서 꺼내 오이 미역냉국을 해 먹었다. 칼슘 관련 채소나 해조류가 정 없으면 김이라도 먹었다. 여러 칼슘 식단 중 내가 애정 하는 음식은 곤드레밥과 아욱 표고버섯 조림이었다.


우선 곤드레밥. 말린 곤드레를 물에 충분히 불렸다가 밥 위에 올렸다. 곤드레가 말린 거라 수분이 나오지 않으므로 물 양은 평소처럼 했다. 여기에 다시마를 몇 장 올려 밥을 안쳤다. 몇 번 해보니 다시마에서 알긴산 성분이 나와 밥이 찰지고 훨씬 윤기가 났다(아예 다시마를 우린 물로 밥을 지어도 좋다).

아욱과 표고버섯을 넣은 조림은 이양지 요리 연구가의 <한 가지 채소 요리 클래스>를 보고 시도했다. 우선 손으로 바락바락 치댄 아욱을 데친 다음, 물기를 빼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랐다. 된장과 간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매실액을 넣은 양념장을 데친 아욱에 넣고 조물조물 버무렸다.

아욱에 간이 배는 동안 육수를 준비했다. 표고버섯과 멸치, 다시마를 넣고 물이 끓으면 다시마는 빼서 먹기 좋게 잘랐다. 육수가 충분히 우러나온 것 같으면 멸치는 버리고 표고버섯은 꺼내서 밑동을 잘라내고 한 입 크기로 썰었다. 냄비에 두부를 깔고 손질한 다시마와 표고버섯을 넣은 뒤, 아욱을 그 위에 올린 다음, 재료가 자작하게 잠길 정도로 육수를 붓고 끓였다. 된장과 아욱의 구수한 향이 주방을 감돌면 불을 줄여 좀 더 졸였다. 졸이는 동안 양배추 쌈까지 준비하면 거의 천의무봉이다.

밥알 가득 배어있는 곤드레의 향이 입맛을 돋우고, 은은하게 된장으로 조린 아욱과 표고버섯을 양배추 쌈에 턱 하니 싸서 먹으니 세상에 비할 맛이 없었다. 별 것 아닌 소박한 쌈 하나에 행복해진 나는 정신없이 쌈을 싸서 먹었다. 도대체 이건 누구를 위한 칼슘 식탁이었는가. 민망할 정도로 아내보다 내 젓가락이 더 빨리 움직였다.





*저처럼 하면 곤란해져요!
-표고버섯은 비타민 D가 풍부해 칼슘의 체내 흡수를 도와주는 재료예요. 표고버섯이 다양한 미네랄을 함유한 슈퍼 푸드인 건 확실하지만, 방사능을 잘 흡수한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고 해요. 이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있는 걸로 아는데, 아내는 갑론을박에 휩쓸리지 말고 그냥 다른 버섯을 먹자고 했어요.

그런데 암만 생각해도 재료의 다양한 활용 면에서 표고버섯만 한 게 없더라고요. 믿을 만한 판매처를 아내에게 물어보니 ‘한살림’과 ‘두레생협’ 등을 추천해 온라인으로 표고버섯을 구입했어요. 한살림은 정부에서 실시하는 방사능 검출 기준보다 더 까다롭게 심사를 한다고 해요. 어느 땐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한시적으로 표고버섯 자체를 판매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이 정도로 깐깐하게 한다면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요즘엔 말린 표고버섯을 구입해서 자주 먹고 있어요(말린 것이 비타민 D 함유량이 훨씬 더 높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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