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옳은 사람이어야 해. 미래의 악플러들

우리는 부족합니다. 배우면서 성장합시다

by 박민우

어, 그건 아니지. 자기 확신에 빠져서 핏대를 세우는 사람을 보면, 반발심이 생기죠. 어쩜 저리 개소리를 논리적으로 길게 말할까? 개망신을 주는 상상을 해요.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어요. 나는 옳은가? 당연하지 않나요? 상식과 논리로 무장하고 정규 교육을 무사히 마쳤는데요. 내가 틀리다고 하는 그 사람이 문제인 거죠. 나는 절대로 틀릴 리가 없어요. 절대로.


상식적인 사람들은 어쩐 일인지 연예인들에게 엄격해요. 지적하고, 반성을 요구하죠. 끝을 보자는 마음으로 물고 늘어져요. 그러다가 그 연예인이 자살을 하면, 웁스. 잠시 멈칫해요. 평생 반성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이들이 등장해서 세상을 훈계하죠. 버릇 못 고친 악플러들도 다시 활개를 치고요. 나는 옳아. 이게 정말 무서운 병이죠. 지구가 둥글다는 걸 우리 힘으로 알 수 있나요? 누가 그렇다니까 겨우 그렇구나. 끄덕끄덕. 우리의 인식 수준은 극히 하찮아요. 그런데도 너무나 옳고, 정의롭죠.


잡자사에서 전 딱 1년 일했어요. <유행통신>이란 잡지였죠. 그때 연예인들을 많이 만났죠. 신인들 위주로 만났어요. 거물급이 인터뷰를 왜 잡아 주겠어요? 보그, 엘르 같은 잡지랑 인터뷰하기 바쁜데요. 그런 신인 중에는 김태희도 있었죠. 서울대 출신에 신선한 마스크. 기대보다는 반응이 좀 더뎠죠. 홍대 극동방송국 건너편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죠. 성격이 너무 좋은 거예요. 신인이니까 긴장이 덜 되기도 했어요. 공부를 더 할까? 연기 생활을 계속할까? 고민이 된다더군요.


-그냥 계속 공부하세요.


공부가 더 맞을 것 같았죠. 예쁘다고 다 뜨는 건 아니니까. 특유의 끼가 필요하죠. 김태희에겐 그게 잘 안 보였어요. 연기자는 좀 힘들지 않을까? 공부를 계속하라고 몇 번이나 얘기했네요. 남의 인생에 이런 훼방꾼이 어디 있을까요? 다행히 제 말 안 듣고 연기자로 승승장구.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톱스타가 됐죠.


아, 그리고 강동원. 당시엔 모델 일만 했어요. 실물을 봤는데 너무 큰 거예요. 와, 커도 너무 크다. 모델은 할 수 있겠지만 연기는 아예 불가능하겠다. 상대 여배우랑 화면에 같이 담기기나 하겠어? 웬만한 농구 선수보다 커 보였으니까요. 네, 다행히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네요. 같은 이유로 조인성도 부정적이었어요. 키가 너무 크고, 인상이 세다고 해야 하나? 누구나 좋아하기엔 장벽이 있는 외모가 아닐까? 역시 입 닫고 있기를 잘했어요. 그런 영양가 없는 소리로 뭐나 된 줄 나불댔어 봐요. 저는 평생 비웃음 거리가 됐을 거예요. 연예인 기획사를 차렸다면, 1년도 못 넘기고 쪽박을 찼을 거예요. 이렇게 제가 부족한 사람입니다. 생각도 짧고, 전체를 보는 능력도 떨어져요. 이런 처지에 뭔 세상일에 참견하겠어요?


내가 틀릴 수 있다. 아니 내가 틀리는 경우가 더 많다.


이 감정이 때로는 '내가 옳아야 한다' '나만 옳아야 한다'보다 나을 때도 있어요. 자유롭기도 하고, 겸손해질 수 있기도 하고요. 자신을 너무 맹신하지 마세요. 자신에게도 폭력이 될 수 있어요.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삶이기만 해도요. 세상은 꽤나 밝아질 거예요. 연예인들을 따끔하게 혼내 줘야 세상 정의가 완성되는 거 아니니까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언제나 좋은 글을 쓸 수는 없겠찌만, 천 개를 모아 놓으면 팔백 개는 좋은 글이었으면 해요. 글 맛집이 되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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