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자살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살아 있는 게 결코 쉬운 건 아니더라고요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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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축구 선수 마라도나가 심장 마비로 사망했다는 뉴스를 잠시 착각해요. 메시 얼굴을 떠올린 거예요. 아, 마라도나구나. 메시였다면 더 놀랐겠지만, 마라도나라서 덜 놀라요. 죽음이라는 뉴스가 언제부터인가 충격과 연결되지 못하고 있어요. 자살 뉴스가 너무 잦아서인가 봐요. 낙태 수술 도구가 자궁으로 들어가니까, 태아가 뒤로, 뒤로 숨는 장면을 본 적이 있어요. 미완성의 생명체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저에겐 큰 충격이었죠.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목숨을 참 많은 사람들이 버려요. 죽고 싶었던 때를 떠올려요.


재수할 때 배치고사 성적이 안 나오니까 살기가 싫더라고요. 이렇게 고생했는데, 원하는 대학에 못 갈 거면 살아서 뭐하나. 삼수? 매일 도시락통 두 개씩 싸 들고 아침 일곱 시부터 저녁 열 시까지 일요일도 없이 시달렸던 걸 또 하라고?


고등학교 때 담임이 친한 친구들만 불러서, 저와 놀지 말라고 해요. 그렇게 인간쓰레기였으면 불러서 혼을 좀 내주시지. 단짝 친구들을 교무실로 불러서, 민우랑 놀지 말아라. 그놈들은 눈치도 없어서 저에게 다 일러바쳐요. 한 놈은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민우 너는 담임한테 완전히 찍혔다. 교실이 떠나가라 큰 소리로 외치더라고요. 담임한테 인증받은 공식 쓰레기였어요. 살고 싶다고 해도, 살아선 안 되는 거 아닐까? 인간 병균이고, 인간 곰팡이인 거죠. 세상이 허락하지 않은 목숨이 됐어요. 죽는 게 세상에 이로운 아이였죠.


군대에서는 저 때문에 선임병까지 군장을 쌌어요. 제가 포대장을 포도대장이라고 불렀다면서요. 완벽한 누명이었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겠어요? 저 하나로 모두가 뺑뺑이를 돌아요. 어떻게 살아요? 내무실에선 모두 저를 벌레 보듯이 하는데요. 그땐 정말 어디에 목을 매야 하나? 끈을 달 만한 천장을 찾아다녔어요.


네, 저는 죽지 않았어요. 용기가 없어서죠, 뭐. 죽음이 공짜일 리 없잖아요? 목을 맨다면, 숨이 막힐 테고, 눈알이 튀어나올 테고, 똥오줌이 줄줄 흐르겠죠. 그 험난한 과정이 무서웠어요. 그때 죽지 않은 덕분에 전 세계를 떠돌면서 놀고 있어요. 남미도 가고, 인도도 가고, 뉴욕도 가고요. 이런 시간이 올 줄은 몰랐어요. 무서워서 견딘 것뿐인데요. 지금도 그 순간이 오면, 버틸 수 있을까? 자신 없어요. 듣도 보도 못한 상황이니까요. 어떤 학습도 없었던 경우니까요. 그 누구도 너는 소중한 사람이다. 응원해 주지 않았으니까요. 그런 응원도 큰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요.


대비하고 싶어요. 그런 순간이 앞으로 또 안 오겠어요? 확실한 건, 그 시공간의 바깥은 분명히 있다는 거예요. 학교가 괴롭다면, 검정고시를 봐도 돼요. 군대가 괴롭다면, 살려 달라고 군인권센터에 연락하면 돼요. 그래 봤자 안 될 거야. 일만 커질 거야. 더 구차해질 거야. 미리 겁먹고, 미리 포기했어요. 있어요. 고통과 마주하는 것만 방법은 아니었어요. 그게 전부인 줄 안 거예요. 시간이 지나야만 보이는 것들이죠. 당장 안 보인다고, 없는 게 아니다. 전부인 것 같지만, 나를 둘러싼 세상의 바깥은 분명히 있다. 그 믿음을 동아줄 삼아서 매달리려고요. 나의 생각, 나의 시공간을 의심하라. 여기서부터 시작하려고요. 살아야죠. 살면서 누려야죠. 우리에겐 죽음과 싸울 구체적인 매뉴얼이 필요해요. 딱히 없죠. 지금은 스스로 지켜야 해요. 누군가의 도움은, 제때에 찾아와 주지 않아요. 모두가 바쁘고, 모두가 절박하니까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내 글이 세상에 이로울까를 의심하면서요. 내 존재를 의심하면서요. 그 의심은 좋은 긴장감이 돼요. 열심히 써야죠. 존재하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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