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에 자나팜정 0.125mg, 저녁에 아빌리파이정 2mg, 프리스틱 서방정 50mg, 알프라낙스정 0.25mg을 먹고 있다. 3주 전 진료를 받을 때 약을 증량하고 싶다고 의사에게 말했다. 약 효과가 너무 더딘 것 같아서였다.
의사는 아빌리파이를 2mg에서 5mg으로 증량해보자고 했다. 증량하면 정좌 불능증(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증상)이 올 수도 있는데, 그런 경우 아빌리파이를 반으로 쪼개서 먹으라고 했다. 우울증 치료를 받으면서 졸림 외에 특별한 부작용을 겪어 보지 못해서 정좌 불능증인지 뭔지를 내가 느낄 일이 있겠어 했다.
증량 후 며칠간 묘하게 불편한 감이 있었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기분으로 뭐라 설명할 수 없게 앉아있기 불편했다. 증량 후 일주일 정도 되었을 때는 이게 그 정좌 불능증인지 뭔지구나 알게 될 정도로 앉아있기 힘들었다. 그날 저녁부터 약을 반으로 쪼개서 먹었다. 매번 쪼개 먹으려니 그것도 일이었다. 귀찮은 마음에 그냥 다 먹어버릴까 싶었지만 부작용을 다시 겪기 싫어 꾹 참고 쪼개 먹었다.
몇 달 전에 내 마음대로 우울증 약을 끊고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불안을 경험했다. 그래서 자나팜이라는 항불안제를 같이 먹고 있다. 이번 우울은 불안까지 끌고 왔다. 내가 언제 불안한 가를 살펴보았더니 인간이 문제였다. 인간을 만나러 가기 100m 전이면 설레는 게 아니라 불안했다. 그래서 요즘 매일 불안하다. 의사는 불안할 상황이 올 것 같으면 약을 먹으라고 했다. 그렇다면 출근길에 매일 약을 먹어야 한다는 말인데.
약 먹을 상황을 최소화하고 싶어서 점심도 혼자 먹고, 티타임도 혼자 하고, 용무가 있으면 메일이나 전화로 한다. 그래도 회사에 오면 인간들과 부대껴야 한다. 괴롭다.
괴로워서 브런치에서 검색해 보았다.
누가 이런 걸 쓰겠나 싶지만 쓰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하고 불안하고 죽음도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이 있어 굉장히 위로를 받았다.
나만 죽을 순 없지와 같은 마음이 아니다. 물리적으로 실체가 없어 괴롭고, 설명할 수 없어 바보 같은 이 느낌을 누군가 느끼고 있다는 것에 희망을 본다. 내가 진짜 바보는 아닐지 모른다. 나도 언젠가 이 불안과 우울을 끊고 (있다면) 좀 더 행복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내가 쓰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너무 순진하게 느껴져서 절망스러워지려고 하는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