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구덩이 속에 흙을 파고 새끼를 낳았던 들개 사랑이는 쭈욱 우리 곁을 맴돌았다.
어디서 다쳤는지 다리 한쪽을 사용하지 못하고 절뚝 댈 때는 거의 우리 집 가까이에 자주 와서 밥을 얻어먹더니 다리가 괜찮아지자 다시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녔다. 들개의 본능이 떠돌아다니는 것인지라 내가 사랑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가끔 음식을 주고 만날 때마다 쓰다듬어 주는 것뿐이었다. 내가 사랑이의 이름을 부를 때면 사랑이는 어김없이 꼬리를 흔들며 내게 아는 척을 하곤 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나 사랑이는 다시 임신을 했고 가끔 우리 집 앞에 와서 남은 음식을 얻어먹곤 했다.
"엄마. 사랑이가 아기를 낳았어요. 이번에는 저기 교회 계단 아래 공간 있잖아요. 거기 계단 밑에 구덩이를 파고 새끼를 낳았어요. 한번 와봐요."
"와! 진짜? 사랑이가 드디어 새끼를 낳았구나."
"근데 바로 옆에 또 다른 개가 새끼를 낳았어요. 그리고 자꾸 두 개들이 싸워요."
"뭐라고? 진짜?"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사랑이야 우리 곁을 맴돌았기 때문에 당연히 캠퍼스 어디에 새끼를 낳겠거니 했었지만 다른 엄마 개가 새끼를 낳다니. 그것도 사랑이가 새끼 낳은 바로 옆 자리에.
"그래. 엄마가 좀 바쁘니까 나중에 같이 가보자." 바쁘게 하루를 보내며 사랑이의 이야기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을 때였다.
건물 앞에 힘없이 누워 있던 사랑이. 힘내라 사랑아
그날 저녁 사랑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울음 리였다. 나는 사랑이에게 무슨 일이 난 것일까 바깥으로 가보았다. 사랑이는 새끼를 낳은 곳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울고 있었다. 난 먹을 것을 조금 챙겨서 사랑이에게 가져다주었다. 새끼들에게 젖을 주려니 배가 고파서 우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랑이는 음식을 먹지 않았다. 내 곁을 맴돌며 구슬프게 울었다. 꼭 영화에서 나오는 늑대 소리처럼 울고 있었다. 나는 사랑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사랑이는 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그제야 나는 사랑이가 우는 이유가 음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랑이는 내게 뭔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었다.
"사랑아. 무슨 일이야. 너 새끼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어? 가보자. 사랑아."
사랑이는 그제야 울음을 그치고 나를 자기 새끼가 있는 쪽으로 안내했다. 교회 계단 밑에 깊은 곳에 사랑이의 새끼들이 보였다. 현민이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사랑이의 보금자리 바로 옆에는 건강해 보이는 검은 엄마 개가 여러 마리의 새끼 개를 보살피고 있었다. 물론 사랑이와 검은 개는 서로를 보면서 으르렁거렸다. 이미 어두운 저녁시간이었기 때문에 나는 핸드폰으로 불을 비춰서 사랑이의 새끼들을 보았다. 계단 밑 깊은 곳에 구덩이를 파놓아서 잘 보이지 않았다. 사랑이는 낑낑거리면서 새끼를 품으러 구덩이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아이들이 나를 보고 사랑이 구덩이 쪽으로 다가왔다.
성민이는 자기가 새끼들이 잘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며 몸을 숙여서 계단 밑으로 들어가 핸드폰을 비춰봤다.
"엄마. 새끼들이 죽었어요."
아이들과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작년에는 그렇게 강아지들을 튼튼하게 잘 키우더니......
나는 그제야 사랑이의 울음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랑이의 울음은 새끼를 잃은 엄마의 울음이었던 것이다.
사랑이는 자신의 슬픔을 내게 말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 혹여나 내가 자기 새끼들을 도와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을 가졌던 걸까?
아~우~
사랑이는 죽은 새끼들을 품어주고 있었다. 딱딱하게 굳은 새끼 두 마리를 품고 있는 사랑이의 모습이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사랑이는 그날 이후로도 며칠을 밤낮으로 울었다. 사랑이의 울음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날 나를 바라보던 사랑이의 슬픈 눈빛과 울음소리가 내 마음속에서 잊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