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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Jan 24. 2017

슬로우 빌리지

가끔은 조금 부족하고 조금 늦는 것도 괜찮다.

그곳에 가면 모든 것이 천천히 이루어진다.

나는 그 마을을 슬로우 빌리지라고 부르기로 했다.      

벌써 4년째 방문이다. 그 마을 아이들을 후원하는 후원자들이 일 년 중 일주일을 그곳에서 지냈다. 나도 인도에서 그들의 후원을 돕고 있었던 터라 매번 한국분들과 그 지역을 방문했다. 올해는 의료 봉사까지 더해지면서 10년 묵은 간호사 명함도 꺼내 들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의사와 약사를 도와 약을 나눠 주고 주사를 놔주면서도 틈틈이 보이는 장면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의 일상들을.     

아침이면 가족 빨래 거리들을 머리에 이고 냇가로 향하는 아낙네들.

목욕할 물을 머리에 이고 집으로 향하는 여인의 모습

작은 구슬 하나 가지고 하루 종일 친구들과 노는 개구쟁이들의 빨간 볼.

형들이 밀어주는 작은 나무 자동차를 타고 세상에도 없는 행복한 미소를 보이는 아기들의 모습.

추운 날씨에 바깥에 앉아서 설거지를 하면서도 그저 재밌는 수다를 나누는 여자 아이들.

빨랫줄에 아이들의 옷을 걸면서 웃음을 잃지 않는 엄마의 모습.     


불편하고 발전되지 않는 곳이라는 편견보다는

느리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는 그들의 모습이 왠지 내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

바쁘게 움직이는 도시 속에서 어쩌면 잊어버리고 살았던 것들.     

무엇이 있어야만

무엇을 얻어야만 행복한 것이 아니란 것을

조금 늦어도 괜찮다는 것을.

조금 불편해도 괜찮다는 것을.

그 느리고 불편한 것 속에서 오히려 우리의 삶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평범한 그들의 일상들이 내게 선물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쓰는 글이라 좀 더 멋지게 좀 더 길게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찍어 놨던 사진을 펼쳐보니

그 모습 만으로도 충분하더라고요.

따뜻하고 포근했던 그 순간이  읽으시는 분들께도 전달되었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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