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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Apr 06. 2017

젊은 할아버지 아르바이트생

난 그에게서 삶의 무게를 보았다.

한국에 도착하자 마자 미리 약속 되있던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서 아주버님께 차를 빌렸다.

인도보다 훨씬 추웠던 한국의 늦은 밤.

급하게 오느라 세면도구를 챙겨오지 못한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다행히 아주버님댁 바로 옆에는 편의점이 있었다.

"여보, 나 샴푸랑 안가져온 것들이 있나봐요. 잠깐 편의점 갔다 올게요."

잠든 아이들에게 찬 공기가 들어갈새라 언능 차문을 닫았다. 그리고 편의점으로 뛰어갔다.


"어서오세요."

열 한시가 훌쩍 넘어 가는 밤.

나를 반겨준 아르바이트 생은 대학생도 젊은 청년도 아닌 젊은 할아버지였다.

젊은 할아버지라......

우리 아빠보다는 나이가 많아 보였고 그렇다고 아주 허리 굽으신 어르신네 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흰 머리에 작은 키. 아직은 가족을 위해 일을 하고 계실 것만 같은 분이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걸 자녀분들은 아실까? 밤 늦게 까지 일하는게 쉽지 않으실텐데.'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이라면 젊은이들이 떠올랐었는데

흰 머리의 젊은 할아버지 모습은 뜻밖이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할아버지에게서 대한민국의 아버지들은 모습을 보았다. 삶의 무게를 보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삶에 당당히 맞서는 아버지의 모습도 보았다.

작은 여행용 세면도구를 골라서 계산대에 올려 놓았다. 천천히 서툴게 계산을 하시는 젊은 할아버지의 모습이 뭉클하게 다가왔다.

나오는 길 난 맘 속으로 속삭였다.


오늘 밤은 너무 피곤하지 않으시기를.

그리고 힘든 손님들이 오지 않기를.


모두가 그렇게 산다.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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