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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는 Sep 03. 2023

#11 마음의 색깔을 찾아가는, 온도람님의 서사

29살, 기한 없는 쉼



#나를 바로 세우는 일

  스스로가 바로 서야 한단 생각이 강해요. 고등학생 때부터 가진 생각인데, 현실에 녹이며 살았던 것 같아요. 이젠 정말 저를 바로잡아야 할 것 같아 퇴사했어요.                



#휴식의 실감

  직장인 사이클 깨는데 3주 정도 걸렸어요. 정처 없이 시간이 흐르고 마음도 급했어요. 그간 삶이 일에 많이 집중돼 있었나 봐요. ‘늦게 잤네, 늦게 일어났네, 이러면 안 되는데’ 출근을 안 하는데도 이런 조급한 마음이 계속 들더라고요. 이제 좀 적응되고 본격적으로 쉼을 즐기는 느낌이에요. 



#고통, 무더운 여름  

  역류성 식도염을 1년간 심하게 앓았어요. 약을 9주간 먹어도 낫지 않고, 살도 5kg 빠졌어요. 먹고 자는 것조차 힘들어 일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어요. 근데도 일을 그만둬야 한단 생각을 못 했어요. 새로운 직원이 입사했는데, 제가 책임지고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스트레스로 건강은 더 악화되고, 스스로에게 화도 났어요. 현대인들 다 겪는 감기 같은 질병인데, 약을 아무리 먹어도 낫지 않으니 자책까지 하게 되더라고요.   


  

#사막의 시기, 잠깐의 휴식

  가을 되고 업무는 다시 안정을 찾았는데, 완전히 소진돼 무엇도 남지 않은 사막 같았어요. 제게서 부정적인 아우라가 나오는 것 같았어요. 더 이상 가면을 쓸 수 없을 만큼요.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란 걸 깨달았어요. 바로잡고 싶었어요. 스스로를 찾는 것’과 ‘현실’ 둘 다 잘하고 싶은데, 그러기엔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진됐죠. 더 이상 스스로를 후순위로 둘 수 없었어요. 그래서 회사에 양해 구하고 한 달 가량 쉬었어요. 



#관심의 필요   

  상담소를 찾았어요. 저를 꺼내줄 사람을 갈망했던 것 같아요. 스스로를 볼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왜 힘든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고 싶었어요. 근데 검사 결과만 듣고 다신 가지 않았어요. 다음 상담 예약을 바라는 느낌만 강하게 들었거든요. 앞이 캄캄했어요. ‘전문가한테도 마음을 못 연다고?’란 생각에요.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란 말을 들은 것처럼요. 저를 이해할 사람이 없단 생각에 마음을 닫았어요. 사람도 만나지 않고, 어떻게 보여도 상관없단 마음으로 스스로를 내팽개치고 적대적으로 세상을 대했어요.     



#우연히 찾은 희망

  무작정 방문한 카페에서 희망을 찾았어요. 처음 보는 사장님과 웃으며 얘기를 나눴는데, 그게 너무 기뻤어요. ‘나 아직 괜찮은 사람이고 싶구나’, ‘사람과 얘기하고 싶구나.’싶었죠. 그 짧은 순간이 다시 삶으로 돌아오는 계기가 됐어요. 새로운 사람과도 얘기하는데, 알고 있는 사람과도 못할 것 없다 생각했죠. 



#찾아가는 관계

  친구에게 연락했어요. 대외활동하다 만나, 인터넷으로 소식만 접하던 친구였죠. 저랑 성향이 비슷한 것 같아 한 번쯤 대화해 보고 싶었어요. 10년 만에 용기 내 연락했어요. 근데 친구가 반갑게 맞아주고, 제 이야기를 너무 잘 이해해 주는 거예요. 그렇게 힘들었는데 어떻게 혼자 지냈냐며. 저녁에 만나 새벽 2시까지 이야기 나눴어요.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누군가에게 이해받을 수 있단 사실에 너무 기뻤어요.   


       

#무한한 휴식, 우선순위

  ‘도대체 뭐가 문제지?’, ‘왜 힘든 걸까?’ 샤워하면서, 책 읽으면서, 걸으면서, 카페에서도. 휴직 기간 동안 수많은 의문에 답했어요. 복귀 후 또다시 바쁘게 일하다 보니 확실해졌어요. 퇴사를 해야겠단 마음이요. 스스로를 찾는 것과 일, 제 체력과 마음으론 2가지를 병행할 수 없단 걸 깨달았죠. 시간을 일보단 스스로에게 쓰며 해야 할 것이 있다 느꼈어요.     


            

#다음으로 가는 여정

  주변에선 ‘언제까지 쉴 거냐’, ‘앞으로 뭐 할 거냐’란 질문을 많이 해요. 답은 없어요. 충분하다 느낄 때까지 쉴 거예요. 무작정 널브러져 있기 위해 쉼을 택한 건 아니에요. 다음으로 가기 위한 중간 여정이죠.      






#마음의 색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남에게도 저에게도요. 그러려면 우선 스스로를 잘 돌봐야 한다 생각해요. 큰 집도, 좋은 차도  마음이 바로 서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요. 마음만 바로 선다면, 누구와 있든 무엇을 하든 다 괜찮을 것 같아요.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 마음의 색깔들을 지켜가는 것. 그게 제가 꿈꾸는 미래예요. 




(인스타그램 @modun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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