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두는 Sep 03. 2023

#15 고통에서 발견한 진정한 나, 데이지님의 서사

잃어버린 일상에서 찾은 기적



#서른, 진정한 나                                                                                          

  부정적인 마음이 들 틈이 없어요. 좋아하는 것, 나를 위한 것, 아끼는 것,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내가 잘 됐을 때 진정으로 기뻐해 줄 사람들을 위해 해야 하는 것, 그게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며 서른의 반을 보내왔어요. 예전엔 한없이 타인의 기준에서, 그 사람들을 쫓아가려 애썼어요. 조바심, 불안이 많고 놓친 것에 집착이 컸어요. 요즘은 그냥 온전히 받아들이려 해요. ‘놓쳐서, 못해서가 아니라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하면서요. 



#타인의 기준, 비교                                                            

  가장 사랑하면서도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 엄마예요. ‘왜 남들 엄마와 다를까?’ 늘 색안경을 썼어요. 엄마가 저희 어려서부터 일했어요. 초등학교 1학년, 부모님 손길이 필요할 때부터 뭐든 스스로 해야 했어요. 그렇게 성인 돼버리니 습관처럼 상의 없이 모든 걸 혼자 결정해 왔어요. 어차피 엄만 이해 못 할 거란 생각도 했죠. 어느 날 엄마가 감정이 격해져 말하더라고요. “그래도 내가 너희 엄만데, 이런 얘기도 하지 않는 게 너무 화가 난다.” 그때 생각했어요. ‘억누르고 살아왔을 뿐이지 엄마도 서운했구나.’ 엄마는 이야기해 주면 이해하는데, 제가 차단하고 감췄어요. 거기에서 오는 서운함, 답답함이 화가 돼서 트러블이 잦았던 것 같아요. 다른 게 아니라 자꾸 다른 집 기준에 맞추려 하고, 비교하고, 쓸 데 없는 곳을 봐 온 거죠.



#흉터에서 오는 불안

  큰 수술을 2번 받았어요. 몸에 흉이 있으니까 앞으로 뭔갈 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의사 선생님도 다시 걸을 수 있다 하는데, 병실에서 들은 이야기에만 둘러싸였던 것 같아요. “젊은 사람이 허리를 다쳤네”, “애 낳아서 어떻게 하려고”같은 부정적인 이야기요. ‘나는 이제 출발점이 다르구나.’, ‘앞으로 무언가에 도전할 때 제약이 올 수 있겠다.’이런 불안감이 저를 옥죄었어요. 남들처럼 걷더라도 차를 조심해야 될 것 같고, 사고도 나면 안 되고. 나를 받아들이고 개선해야 하는데 자꾸만 위축됐죠.     



#내 사람, 아픔에서 얻은 깨달음

  항상 저보다는 상대가 먼저였어요. 저는 늘 2번이었죠. 병실에 누워있는데, 앉아서 하염없이 TV만 보는 엄마 뒷모습 보며 깨달았어요. 내 안에 엄마, 내 동생이 있단 걸 너무 놓치고 살았단 걸요. 내 부모님, 내 동생도 나를 돌보는 거라 생각해요. 그걸 다 배제하고 남자친구, 친구들, 아니면 제 자신만 챙기며 청개구리처럼 살았어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뭔가를 잃었을 때, 이전의 조건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그때도 나를 똑같이 봐줄 사람은 누굴까, 누가 내 곁에 남아있지? 나는 누구를 위해 일상을 보내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고 예쁜데 보러 가고 그랬지? 동생은, 엄마는 어떤 걸 좋아하지?’ 



#일상의 감사함                                                            

  허리 뼈가 다 부서져 신경을 건들기 직전이었어요. 의사선생님도 여기 다친 게 신기하다 할 정도였으니 어떻게 보면 이미 저한테 한 번의 기적이 일어난 거죠. 스스로에게 말했어요. ‘걷는 거에 감사하자. 흉터 이런 거 중요하지 않아. 재활하면 다시 뭐든 할 수 있다잖아.’ 그리곤 일상적인 것에 감사하며 시간 보냈어요. 카페도 회사도 지겨웠는데, 잃어버리고 나니 걷는 것 자체가 값지단 걸 알게 됐죠. 퇴원한 날 복대 교정기 차고 20분간 걸었어요. 발이 저리고 통증이 있었지만 햇살이 비치고 바람도 너무 좋더라고요. 1년 동안 수술 안 받을 수 있고, 벚꽃시즌에 친구들이랑 벚꽃 보러 갈 수 있고, 카페 갈 수 있고. 병가 낸 회사도 빨리 가고 싶고. 하나하나 일상적인 것들을 만나는 게 너무 좋았어요.              


  

#경험, 일어서는 마음

  끝이 아니라는 마음이 중요하다 생각해요. 몸을 다쳐도, 3개월 뒤 내가 뛰고 있을지 알 수 없잖아요. 이젠 회복해서 러닝도 하고 필라테스도 해요. 다치지 않았으면 몰랐을 거예요. 경험이 곧 자산이란 말, 믿지 않았거든요. 옛날엔 경험 좀 덜 하고 결과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죠. ‘3년간 도전했는데 안 됐어? 괜찮아. 다른 거 또 하면 되지’, ‘지금 마음이 부정적이야? 괜찮아. 끝이 아니니까.’, ‘가족과 잠시 멀어져도, 친구와 멀어져도 끝이 아니야.’






부정적인 마음이 들 땐 생각해요.

일단 상황을 받아들이자.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제가 다시 걸을 때,

스스로에게 말했던 것처럼요.







나를 포함한 엄마, 친구, 동생의 행복, 베풂의 미래







(인스타그램 @moduneun)




이전 15화 #14 성안동 365세차장 사는 나무님의 서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