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두는 Sep 03. 2023

#16 무기력을 극복한 프리랜서, 이수연님의 서사

“모든 게 멈춘 상태였던 것 같아요.”



#나만의 길

  프리랜서예요. 아르바이트하며 학원 다니고, 좋아하는 일 하며 살기 위해 기반을 다지고 있어요. 집이 여유롭지 않아서 대학 가서 힘들 바엔 차라리 가지 말자 생각했어요. 대학 가면 어차피 일도 해야 했거든요. 그 후엔 계속 어떻게 살아갈지, 뭘 좋아하는지 찾는 시간을 보냈어요. 지금은 좀 찾은 것 같아요.



#얽매임, 도돌이표

  아버지 가게 일을 도왔어요. 계속 일해도 장사는 더 안 되고 집은 점점 가난해져서 작은 집으로 이사했죠. 사는 게 재미없었어요. 친구들은 대학 축제 다니고 시험공부하는데, 전 가게에 얽매여있고, 아무리 도와도 성과는 안 보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어요.     



#평범한 꿈과 현실의 격차

  고등학생 때 목표가 ‘흘러갈 대로 흘러가자’였는데, 어느 순간 와보니 이상한데 와있는 거예요. 사실 정해진 틀에 만족하는 사람이었거든요. 고등학교 갔다가 평범한 대학 가서 적당한 기업 취직해서 결혼하기까지, 그 틀 안에 사는 걸 만족하는 사람이었어요. 많이 벌 생각도 없이 평범하게 사는 게 꿈이었는데, 꿈이랑 너무 멀어진 삶이 좀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어느 순간 저만 고여 있는 것 같더라고요. 친구들은 이제 대학교 3학년에 인턴하는 애들도 있는데, 전 부모님 일 돕고 아르바이트하고. 그걸론 평생 먹고 살 수 없다 생각하니 불안했죠. 가족이 더 이상 저를 책임져줄 상황도 아니니까요. 



#무기력, 모든 것이 멈춘 상태 

  아버지는 장사가 되지 않자 계속 업종을 바꾸셨어요. 고깃집, 치킨집, 족발집까지. 주로 밤에 하는 업종이었죠. 일찍 마치면 새벽 2시, 늦게는 아침 7시까지 가게 일을 도왔어요. 밤낮이 바뀌었어요. 일하고 자고, 일하고 자고. 하루가 하루 같지 않고 이삼일이 하루 같았어요. 행동은 똑같은데 감정이 달라지더라고요. 모든 게 멈춘 상태였던 것 같아요. 먹는 걸 좋아하는데 밥을 먹어도 그냥 먹는 것 같고, 친구들 만나는 것도 옛날만큼 재밌지 않고. 좋아하는 걸 찾을 시도도 안 했어요. 제가 부지런했다면 세상에 없지 않을까 싶어요. 귀찮음이 많아서, 생각으로만 ‘그만하고 싶다’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잠을 덜 자도 마음은 괜찮은데, 그땐 반나절을 자도 마음이 힘들었어요.     



#무언가 해볼 의지, 마음의 공간

  몸이 점점 아프고 체중이 주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대로 살면 안 되겠다. 어차피 죽을 것도 아니고, 나를 바꿀 사람은 나밖에 없다.’ 그걸 깨닫곤 운동부터 시작했어요. 몸은 힘든데, 마음은 전보다 나았어요. 그리고 무언갈 해볼 의지가 생겼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걸로 돈을 벌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하기 싫은 걸 어떻게든 해내려는 성향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좋아하는 걸 생각해 보기로 했죠.



#다시 찾은 그림, 일단 시작하기 

  학생 때 그림을 배우려 했는데, 부모님이 반대하셨어요. 그땐 안 된다고 하시니 그냥 받아들였어요. 근데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걸 찾아보니 결국 그림이더라고요. 일단 하고 싶은 거 전부 하고 안 되면 또 그때 하고 싶은 게 뭐가 있겠지 생각하기로 했어요.           


                   

#부족함으로부터 얻은 것

  세상에 돈이 중요하다 생각해요. 돈이 지금보다 많거나 적었다면 다른 사람이 됐을 것 같아요. 돈이 부족했기에 좀 더 개념 있는 사람이 된 것도 같아요. 전에는 내면이 힘드니까 가게 손님이나 친구들에게 날카롭게 대하고 가족과 얘기도 잘 안 했어요. 필요한 말만 하고요. 지금은 주변 사람들 배려할 정도로 마음의 여유를 찾은 것 같아요. ‘어차피 살다 죽을 건데 나로 인해 누군가 화는 안 났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착하게 살고 있어요. 제가 힘들어 봤으니까요.                         



#타협점과 나만의 방법

  ‘마냥 흘러가는 대로만 살면 안 되겠다’ 생각해서 계획을 좀 세우고 있어요. 만약 오늘 하루 종일 놀겠다고 계획 세우면 하루 종일 열심히 노는 거예요. 노는 것도 계획이니까. 그렇게 놀고 다음날부터 또 열심히 하는 거죠. 그리고 요즘 사소한 거에도 행복해요. 나를 행복하게 해줄 것들을 찾아요. 가족이랑 맛있는 거 먹기, 웃긴 예능 프로그램 보기, 아이쇼핑처럼 아주 사소한 것들요. 작은 행복이 삶을 얼마나 의미 있게 만드는지 이젠 알게 됐거든요.







내 돈 벌어서 내가 책임지고, 좀 더 나아가기 위해

안주하지 않고 밤까지 일해 찾은 평범한 삶. 







(인스타그램 @moduneun)



이전 16화 #15 고통에서 발견한 진정한 나, 데이지님의 서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