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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풍경 May 10. 2022

정신과 약물 사용법

정신과 약은 꼭 먹어야 하나? 언제까지 먹어야 하나?

                                 마음의 자리는 어디일까요?


누군가는 심장박동이 멈추면 영혼이 육신을 떠나니 심장에 영혼이 깃든다고도, 혹자는 이지와 정서를 관장하는 것이 두뇌이기에 뇌가 영혼의 저장소라고 여기기도 하지요. 분명한 것은, 이전에는 마음의 병을 귀신의 장난이나 의지박약의 문제로 여겼다면 이제는 뇌의 문제로 보는 것이 상식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 분비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함께요. 더불어 신경정신과 약물 처방 케이스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신경정신과 약물 치료의 큰 원칙


  약물치료는 신경정신과적 문제로 일상의 유지가 불가능하거나 불편감이 크신 내담자분들의 증상을 효과적으로 안정시키기에 유용합니다. 상담 센터에서도 내방하시는 분 중 상담치료만으로는 기대되는 예후가 좋지 않다 여겨질 경우, 심리검사 실시 후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물치료받으시도록 협약 병원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신경정신과 약물 처방의 대전제는 Risk-Benefit입니다. 즉, 약물의 부작용이 존재하지만 복용하는 것이 환자분에게 이득이 더 크다고 전문의가 판단하면, 증상에 맞춰 처방하는 것이지요.



전문의의 처방과 지시에 따를 것


  신경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는 것은 반드시 전문의의 처방과 지시에 따라야 합니다. 보통 환자분의 적응을 위해 투약 시작 지점 소량에서 시작하고, 충분히 약효가 있을 용량까지 기간을 두고 점차 증량하지요. 권장되는 투여 시 적정량에 도달하면, 당분간은 그 복용량을 유지하여야 합니다. 꾸준히 어느 기간만큼은 약을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병원 치료 두 달 만에 멀쩡해진 것 같아 내 맘대로 병원도, 약도 끊어버리시면 안 됩니다. 의사의 지시가 있기까지는요. 약을 중단한 후에도 충분히 치료 효과가 드러나고 유지되기 위하여 용법과 유지 기간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절차를 따라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정신과 약물은 증상과 병명에 따라 권장되는 유지 기간이 있어요. 또한 약에 따라 바로 투약을 중단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권고되는 프로토콜에 따라 차차 줄여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데 많은 분들이 이를 간과하여 크게 데이고, 부작용으로 인해 고통받으신답니다.

 

  재차 강조하지만, 약물치료 시 가장 중요한 점은 임의로 판단하여 투약하거나 중단하지 않는 겁니다. 또한 지인이나 가족분이 자신이 복용 중인 약을 임의로 다른 이에게 주시는 일도 금물입니다. 약에 대한 반응 정도는 예측이 안되고 개인차가 있습니다. 그러니 겉으로 너나 나나 별다를 바 없이 우울해 보인다며 자신이 복용 중인 항우울제를 주시는 것은 상대를 위하는 일이 아닌 것이지요. 나에게는 괜찮은 약이 다른 이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고, 드러나는 증상만으로는 정확한 진단이 어렵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처방은 전문가가 내리는 것입니다.

  약물 복용 초기에는 약의 종류에 따라 멍하거나 졸리고, 무기력하게 가라앉는 증상이 오기도 하는데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해 약을 아예 포기하시기도 합니다. 이는 약물에 적응하는 기간으로, 보통은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면 적응이 되어 괜찮아집니다. 카페인이나 알코올과 함께 들이키는 일은 없도록 주의하셔야 함은 물론입니다. 물론 적응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보통 부작용이 없는 약으로 알려졌더라도 어떤 분은 복용 후 불편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약을 복용하며 불편함이 있다면 소소한 것이라도 담당의에게 상의를 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담당의 앞에서 솔직하지 못하여 여타 사항을 숨기게 되면 본인의 손해입니다. 그것이 증상 탓인지, 부작용인지, 다른 요인으로 인한 것인지도 감별할 수 있도록 충분히 담당 전문가와 정보를 공유하시길 권합니다. 성분이 같은 다른 종류의 약으로 바꾸거나, 용량이나 용법에 변화를 주는 등 맞춰나가실 수 있도록 조절해 주실 겁니다.



약을 줄이거나 끊는 경우


   단약 의지가 있으시다면  또한 담당의와 의논하셔서 절차에 맞게 끊으셔야 합니다. 약물에 대한 반응은 개인마다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이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복용량에 어떤 분은 민감하게 반응할  있지요. 약 중단 역시 반응을 관찰하며 점차 감량하는 식으로 기간을 두다 완전히 끊게 되는 과정이 바람직합니다. 때로는 약의 종류에 따라 바로 중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임의로 판단하셔서는  되는데,  원칙이 무너지는 원인에는  가지가 있습니다. 투약 초반, 약물의 의존성이나 중독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초기 약물에 대한 반응으로 졸음이나 처짐 등이 느껴질  복용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 투약  한두  지난 시점에 드러나는 증상이 안정되었을  임의로 판단하여 병원 방문도 약도 바로 끊어버리시는 경우 등이  예입니다.


   다르게는 잘 드시다가 병원 진료일에 하필 유달리 무기력하거나 우울해서 처방 일을 놓치고, 약 없이 며칠을 흐지부지 보내다가 그 상황을 제대로 처리할 에너지나 의욕이 없어 무너지시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는 지인이나 가족분이 약을 처방받을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주셔야 합니다. 어떤 분은 꽤나 오랜 기간 약물치료를 잘 이어오다, 증상이 안정화되고 일상이 반복되자 아직은 용량을 유지해야 하는 기간인 줄도 모르고 괜찮겠거니 싶어 슬며시 약을 중단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의로 판단하실 것이 아니라 담당의에게 약을 끊을 준비를 해도 될까 의논하시길 권합니다. 그 외에도 언제까지 약에 의존해야 하나, 중독되는 건가 덜컥 불안이 차오르며 딱 끊으시는 경우도 있지요. 별 부작용 없다면 다행이지만, 약에 따라 갑작스러운 중단의 여파는 꽤 큽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주치의와 상의하세요!




단약을 위한 책 [나는 수면제를 끊었습니다]

나는 수면제를 끊었습니다/정윤주/시크릿 하우스/2022


  신경과 약물 처방은 급증하고 있는 반면 단약에 도움이 되는 정보는 적습니다. 가문 땅에 단비와 같은 책 한 권 소개해 드려요. 이 책의 저자는 단디코치라는 닉네임의 블로거이기도 해요. 단디코치님은 자신이 7년간 복용해왔던 수면제를 끊기로 결심한 후 단약의 과정을 블로그에 꾸준히 기록해 왔고, 올해 [나는 수면제를 끊었습니다]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현재는 단약 디자인 연구소 대표로서 활동 중이에요. 이 분의 책과 블로그를 소개하는 이유는, 단순히 약물을 줄이고, 끊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삶을 재정립할 수 있는 방법을 이분의 채널에서 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바뀌어서 약물도 끊을 수 있게 되는" 치유의 정석, 그 방향을 제시하여 주는 목소리에 저 역시 많은 힘을 얻었거든요. 꼭 단약을 계획하고 계신 경우가 아니더라도, 마음이 많이 힘들고 지쳐계신 이웃님들께서는 단디코치님의 책이나 블로그 둘러보시길 권해요. 우리 삶에서 정말 놓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되는 경험이 될 거예요.






'나'는 치료 과정의 주인공이어야 한다.


  어느 병이나 치료 결과가 좋으려면 환자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특히나 신경정신과 분야의 치료 과정은 시간의 투자와 환자의 성실한 참여가 필수입니다. 때문에 이를 치료자와 환자의 공동작업 과정으로도 일컫지요. 우선 상담치료는 그저 힘든 이야기를 쏟아내기만 하는 속풀이 시간이 아닙니다. 내담자의 불편함과 고통은 들어드리고 공감하지만, 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적인 힘과 에너지를 북돋고, 보다 자신에게 이로운 선택 방식을 취할 수 있게끔 돕는 것을 목표로 둡니다. 한데 이렇게 변해 가는 과정이 기껍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외로 상담치료는 상당량의 시간과 물질, 내적 에너지가 소진되는 과정이랍니다. 때문에 상담 초기의 탄탄한 신뢰관계 형성이 중요하고, 이를 의지하여 지난한 상담 과정을 버티어 가야 합니다.

  약물치료는 상담을 진행할 만큼의 여유나 내면의 힘이 없거나, 자기 관리나 일상생활이 안 되어 무너진 분들이 일정 수준으로 안정되도록 돕습니다. 꼬집어 말하자면, 증상을 안정시켜 주는 것이지 내 상황이나 나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이 안정되면, 환자에게 이전보다 치료나 상황 개선에 집중할 수 있거나,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해 볼 만한 마음의 여지가 생깁니다. 타인에게 휘둘리고 이용당했던 분이 자신의 처지에 의문을 느끼거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잡도록 돕기도 하지요. 약물이 상담실까지 정기적으로 방문할 수 없었던 무기력한 분에게 상담치료를 성실히 지속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이야기드리고 싶은 것은, 치료의 전 과정에서 '나'는 손님이 아니라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에요. 치료의 예후와 작업 동맹-상담자와 내담자가 치료라는 공동의 목표로 합의하에 협조해나가는 관계 유형-의 연관성을 관찰한 연구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답니다. 주인의식과 적극성을 가지시는 것이 상담의 만족도 면에서도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거든요. 또한 나의 담당 선생님과의 신뢰관계가 중요함은 두 말할 필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스스로에게 관심을 가지시고 아끼시기를 바랍니다. 주도적으로 치료과정에 함께 하세요. 약물 치료 중에도 내가 먹는 약이 어떤 약인지,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알 수 있어요. 약봉지 뒤의 약품 명으로 검색하시면 웹상에 정보가 뜨니까요. 그리고 그 정보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약을 복용하며 느껴지는 자신의 컨디션에 대해 담당의에게 잘 전달하고, 궁금한 것은 솔직히 물으시기 바랍니다.


부디 모든 분의 지구별 여행이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덜 고달프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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