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 눈 오는 날의 기적』
제목: 눈
나는 눈이 좋다.
펑펑 내리는 눈.
하얀 눈, 예쁜 눈,
겨울에 내리는 눈으로
눈썰매도 탈 수 있고,
눈사람도 만들 수 있고,
눈싸움도 할 수 있다.
빨리 내리면 좋겠다.
2학년인 둘째가 학교 '겨울'시간에 쓴 시다. 아이는 여름에도 말했다. 눈이 내리면 좋겠다고. 자신은 여름도 좋지만 겨울이 더 좋다고. 그 이유는 겨울에는 눈 놀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며칠 전 눈이 살짝 내리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이러타할 만큼 쌓이지 않았고, 주로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 살짝 스쳐갔기에 아이는 여전히 눈이 고팠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걷으며 오늘 눈이 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기다리고 기다렸다.
샘 어셔의 그림책 『SNOW 눈 오는 날의 기적』에도 우리 아들 같은 남자아이가 나온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고, 얼른 공원에 가고 싶어 한다. 서둘로 씻고 옷을 입고 나갈 채비를 한 후 할아버지에게 나가자고 하지만, 할아버지는 그때부터 나갈 준비를 천천히 하기 시작한다. 샤워를 하고, 양치질을 하고, 옷을 입고 아주 천천히 오랫동안 준비를 한다. 남자아이는 가장 먼저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싶었지만, 친구들이 동물들이 휩쓸고 간 자리를 바라보며 그저 할아버지를 기다린다.
마침내, 나갈 채비가 끝난 두 사람은 공원으로 향하고, 친구들과 동물친구들과 한바탕 신나게 논다. 어른인 할아버지도 정말이지 즐거워 보일 정도로 눈을 즐긴다. 그리고 둘은 집으로 돌아와 이렇게 말한다. '어떤 일들은 꾹 참고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다고. ' 눈을 기다리는 일은, 나갈 준비를 하는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일은 기약이 없는 힘든 일이었지만, 꾹 참고 기다렸기에 더 소중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기다린 시간 덕분에 눈과의 시간이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고 행복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기다리지 않고 간절함을 겪지 않고 오는 일은 그저 나쁘지 않은 일 중 하나다. 나쁜 일이 아닌 평범한 일일뿐이다. 하나 인내의 쓴맛을 경험하고 두 손바닥을 적신 땀을 바지에 쓱쓱 닦으며 기다려 보았다면 그 일은 단순히 좋은 일에서 한발 아니 두발은 더 나아간다. 좋을뿐더러 소중하고 감사하다. 눈이 오는 일이, 눈과 함께 뒹군일이 뭐 그리 소중하고 감사할 일이냐고 혹자는 말하겠지. 하지만 눈과 함께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어서 소중하고 감사하다. 하얗고 아름다운 세상을 마주하며 순수한 마음을 떠올릴 수 있어서 소중하고 감사하다.
간절히 바라는 아들의 소원이 이루어졌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 마침내 오늘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다. 그것도 함박눈이. 오랫동안 기다린 만큼 가치 있고 의미 있게 쌩쌩 바람을 타고 바닥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까만색 초콜릿 가루 위에 하얀색 설탕가루가 흩뿌려지듯이 살포시 쌓여간다.
기다린 만큼 가치 있는 일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데,
근데 왜 학원을 마치고 곧 돌아올 아들이 두려운 걸까요?
으악~!!!!!! 저 어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