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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Dec 31. 2022

100일 동안 1일 1글쓰기

그 어려운 일을 제가 해냈지 말입니다.

100일 챌린지 매일 글 쓰고 웅녀 되기 프로젝트, 드디어 100번째 글을 씁니다. 



아, 드디어 제가 이런 글을 쓰는 감격스러운 순간이 왔군요. 보통 한 해의 마무리가 되면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며 소감을 밝히곤 하는데요. 비록 상 준다고 불러주는 곳은 하나 없지만 스스로 소감을 써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00일 전, 다시 말해 약 2400시간 전, 다른 말로는 약 144000분 전에 제가 잠깐 실언을 했었죠. 앞으로 100일 동안 매일매일 글을 쓰겠다고요. 참 무식한 놈이 용감하다고요, 아무것도 모르고 가진 것도 없는 저는 일단 내뱉어 보았던 거죠. 지금 돌아보니 있는 척하고 싶었던 게죠. 100일 동안 매일 글을 쓰겠다는 그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다니요. 전업작가라면 매일 루틴처럼 일정한 시간에 글을 쓰겠죠. 하지만 그분들도 매일 한 편의 글을 완성하여 발행하지는 않잖아요? 매일 저녁 일기를 쓰는 분들도 많으시겠죠. 하지만 그분들도 매일 공유하지는 않잖아요. 일기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어쨌든 나 아닌 타인에게 읽히는 글을 100일 동안 발행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죠. 그 어려운 일을 제가 해내고 있지 말입니다. 




때로는 허접 그 자체로 양을 채운 날도 있고요, 때로는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그런 적도 있는 것 같고요, 때로는 가족들을 구워삶아 소재거리로 만든 날도 있고요. 그렇지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쓰려고 무진장 애를 썼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신랑의 눈초리를 받아가면서요.(TMI로 컴퓨터가 안방에 있습니다요) 100일 동안 총 4번의 여행이 있었어요. 여행 가는 날에는 미리 글을 몇 개 더 써 놓고 날짜에 맞추어 발행하려고 했죠. 그런데요, 참 신기하게도 1일 1 글 하겠다고 마음먹으니 정말 1 글 이상은 절대로 안 써집니다. 인간은 생각의 지배를 받는다는 말이 사실입니다. 글 하나를 딱 발행하고 나면 미친 듯이 잠이 쏟아지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 결국 발을 닦고 잠을 잤습니다. 하지만 그다음 날은 눈곱만큼이라도 첫 문장이 떠올라요. 왜냐하면 오늘 꼭 써야 하니까요. 그렇게 하루하루 차곡차곡 채워나갔습니다. 근데 진짜 신기한 것은 방금 99번째 글을 11시 45분까지 썼는데요, 지금 12시가 넘어 마지막 100번째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얼른 '끄읕!'하고 외치고 싶은 거죠. 아니면 12시가 지났으니 바이오리듬이 제 손가락을 이끄는 걸까요? 여하튼 내리 글 2개를 써내고 있으니 진짜 글쟁이가 된 느낌입니다.



100일 동안 글쓰기를 하면 글 근육을 키워 머슬 웅녀가 될 거라며 헛소리 비스무리한 말을 또 했는데요. 이래서 사람은 말조심을 해야 하나 봅니다. 100일 동안 글쓰기를 끝낸 희열감으로 맥주를 많이 마신 덕에 머슬은 사라지고 뭐 술만 가득 찬 몸뚱이가 되었네요. 그래도 두터운 살 속에 근육이 생기긴 했나 봅니다. 첫 문장을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이 첫째 날 보다는 둘째 날이, 둘째 날 보다는 셋째 날이, 셋째 날 보다는 넷째 날이........... 아흔 아홉째 날보다는 백일인 오늘이 더 빨라졌으니까요. 또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첫째 날보다는 둘째 날이, 둘째 날보다는 셋째 날이, 셋째 날보다는 넷째 날이 아닌 가끔 그 전날이 더 빨리 발행 버튼을 누르기도 했지만, 발행 버튼을 누를 때 두려움은 조금씩 줄어들었답니다. 이제는 발행 버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절친이 된 느낌이랍니다.




내일부터는 두 다리 쭈욱 뻗고 남편 눈초리를 덜 받으며 밤에 잠 좀 자 보려고 합니다. 예전처럼 일주일에 2편 정도? 이어나가려고요. 제 글을 한 번이라도 읽어주신 독자님, 그리고 지금 제 글을 읽고 있는 독자님, 또 제 글을 여러 번 읽어 주신 독자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글을 하루도 빠짐없이 읽어주신 독자님(없는 것 같은데,,, 만약 있다면,,,, 제게 말씀해 주세요. 커피쿠폰이라도 드리고 싶네요. 진심입니다.)께 머리 숙여 깊이깊이 감사말씀을 전합니다.  혹시 독자님만 괜찮으시다면 앞으로도 제 글을 읽을 기회를 드리고 싶은데 그냥 독자님 말고 '구'독자님이 되어주시면 어떨는지요? 살포시 클릭 한번 부탁드립니다. 2023년 복 받으실 거예요.




2022년 글쓰기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인간은 생각의 지배를 받지만, 망각의 동물이기도 하죠.

더구나 시간이 흐르면 좋았던 기억만 간직하는 동물이죠.

시간이 흘러 흘러 '아, 그때 매일 글쓰기 하는 거 정말 행복했지. 아, 대단했어'라고 추억에 젖는다면,

다이어트도 할 겸 '글 근육 한번 키워보겠습니다' 하고 실언을 하는 날이 또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또 읽어주실 거죠? 미리 감사합니다. 꾸벅




연애 때도 못 챙긴 100일을 챙긴다며 들떴었는데요, 아쉽게도 오늘 그러니까 지금 발 닦고 잠들어 깨어나면 시댁에 만두 빚으러 가야 하네요. 역시 저는 100일 파티랑은 인연이 없나 봅니다. 대신 만두지옥을 잘 버텨내고 오겠습니다. 100일 동안 1일 1 글쓰기도 한 뭐술 웅녀가 만두 100개 즘, 못 빚겠습니까. 그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진짜 끄~~~~읕!

끝!


100일 글쓰기 시작 글을 보고 싶다면? 

이제야 챙겨봅니다. 연애 때도 못 챙긴 100일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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