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 어느 날, 더위 따위야 대수도 아니었던 그때,
꽃무늬 흩뿌려진 진 자가드 이불 위에
팔베개를 하고서 딱 붙어있었지.
알코홀이라고는 입술은커녕 어떤 홀에도 들이붓지 않았건만,
사랑에 취해 달콤함에 취해.
격살무늬가 드리운 창문 너머
보름달도 아니면서 보름달인 척
테두리를 따라 번진 빛에 기대어
둥글둥글 모습을 한 노오랗고 거대한 달을 바라보며
우리의 마음도 번져갔지.
언젠가는 메말라 건조해질 걸 알면서도
촉촉하고 끈적하게 물들었던 밤.
푸른 밤, 더 푸른 서로의 숲을 손을 잡고 거닐던 그때.
내 귓가에 나지막이 읊조리던 너의 목소리.
"지금까지 널 사랑하며 흘린
내 눈물만큼 너와의 거릴 느끼고
너의 그 모든 마음을 갖기엔 아직도
어린 나를 알고
이토록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되는 건 없는지"
(이상우, 하룻밤의 꿈)
그토록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우리는 마음을 나누고, 몸을 나누고
이제는 생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모두 다 하룻밤의 꿈,
생이 끝나면
잊혀져 버릴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