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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Nov 08. 2023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도서관도 서점도 독자도

드디어 우리 동네에도! 너무너무 설레었다. 처음 옆동네 도서관에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요즘이야 전국이 도서관이 잘 되어 있다지만, 우리 동네는 특히 도서관이 많고 도서관에서 보유한 책들도 많다. 거기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있고, 도서관 간에 상호대차도 잘 이루어져 있다. 더구나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작은 도서관이 있는데, 공공도서관과 연계하여 상호대차가 가능하기에 도서관부심은 어디에도 지지 않았다. 그런데 옆 동네에 '새 책 바로대출 서비스'를 보고는 쭈글쭈글 쭈글이가 되고 말았다.



물론 희망도서 서비스는 있다. 도서관에서 보유하지 않은 책을 신청하면 한 달 정도 뒤에 도서관에서 수령하여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바로대출 서비스가 나를 흥분시키는 이유는 책의 그림을 온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도서관에서 그림책에 대한 배려는 없다. 그림책은 그림이 중요한 책인데, 떡하니 앞표지에, 그것도 아주 중요한 그림 위에 도서관 바코드를 부착해 버린다. 그림을 온전히 즐길 수 없어서 아쉽고 보면 볼수록 화가 난다. 그렇게 책을 보고 마지막 덮개를 닫을 즘이면 또다시 도서관 책을 깨끗이 보아 달라는 커다란 스티커가 떡하니 붙어있다. 내지에도 작가의 숨은 의도가, 그리고 독자의 모험의 세계가 무궁무진한데 말이다.(제발 이 부분 좀 정책으로 바꿀 수 없나요! 뒷면에 붙여주세요. 아니면 그림을 보는데 방해가지 않는 귀퉁이라도!!!!!!!!!!!!!!!!!!!!!!!!!!)



그런데 바로대출 서비스라니! 가까운 서점에서 신청한 새 책을 스티커가 붙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대여해 준다. 그것도 신청하면 2~3일 내에 바로. 책을 읽고 다시 서점으로 반납하면 그때 바코드를 부착해서 도서관에 보유하며 다른 사람들도 함께 볼 수 있는 공공재가 된다. 내돈내산으로 책을 모두 즐기면 좋으련만 비용과 공간의 문제 때문에 새 책을 보고 싶어도, 사고 싶어도 못 사는 나로서는 그야말로 황홀한 시스템이다. 



시스템이 도입되자마자 얼른 책을 주문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그림책 시장에서 한 달에 2권의 신간을 신청하는 건 식은 죽 먹기. 가족들도 모두 인당 2권씩 신청이 가능하니 아이들에게는 말하지 않고 내가 보고 싶은 그림책을 모두 신청했다. 책이 서점에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고 수령을 했다. 바코드 없이 어떠한 방해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그림을 만끽하며 그림책을 즐겼다. 조심스럽고 사랑스럽게. 



옆 동네는 몇 년 전부터 지역서점 활성화와 양서보유를 위해 시행했던 시스템이 올해 10월에 드디어 도입된 것이다. 그런데 예산 종료로 11월 11일에 마감을 한다고 한다. 12월까지 되리라고 생각했던 서비스를 조금 짧게 이용하게 되니 아쉽지만, 그래도 이렇게 새 책을 마구 즐길 수 있어 행복하다. 더구나 내가 신청한 이 그림책들이 도서관 서가에 꽂히고 우리 동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내 돈 주고 기부한 것도 아닌데 무언가 뿌듯해진다. 



곧 마감을 앞둔 지난 월요일, 눈에 불을 켜고 신간을 검색했다. 가족 할당량까지 모두 8권을 신청했다. 오늘 아침에 문자를 받았다. 서점으로 찾으러 오라고. 히히 괜히 웃음이 난다. 날은 춥지만 뚜벅뚜벅 걸어서 책 찾으러 가야겠다. 12월 한 달은 근질근질하겠지만, 잠깐 참았다가 2024년에 부지런히 신청하리라. 요즘 나는 바로대출 서비스 신청하는 맛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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