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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Sep 30. 2023

우리는 왜 식집사가 되었나




넷플릭스 드라마 <BEEF>에서 주인공 에이미는 일종의 식물플랫폼 스타트업을 운영한다. 엑싯을 앞두고 자신의 비즈니스 포인트를 설명하는 에이미의 대사.

"정말 굉장해요. 기사를 봤는데 밀레니얼 세대는 아이를 키울 형편이 안 돼서, 식물을 키우며 양육 욕구를 해소하는..."


실제 기사에서도 나왔을 법한 뻔한 내용이지만 때로는 뉴스 앵커의 멘트보다 드라마 캐릭터의 입을 빌려 전달된 내용이 좀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진다. (물론 저 대사가 플롯상 중요한 대사는 아니지만 저런 수요층을 상대로 스타트업을 만든 주인공의 직업 자체가 시대를 반영한다)


게임에서 1탄, 2탄, 3탄이 있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생애주기라는 게 있다. 누군가는 좀 더 빠르게 모든 스테이지를 통과하고 어떤 사람들은 1이나 2에 머문다. 3탄으로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2에 머문 사람들은 2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이미 대부분 치렀다. 학업, 연애, 여행, 취업 등. 이미 충분히 많은 것들을 경험했기에 비슷한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기엔 어딘가 마음이 헛헛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결혼과 출산같은 다음 생애주기를 찾기보단 지금에 머물며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대상을 찾는다. 물론 누군가는 2탄에 머물며 계속 그 안에서의 경험치를 쌓고 자신만의 길을 발견해간다. 그 역시 가치있는 일이다.

 하지만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이 끊임없이 순환한다. 개인적으로 자연의 일부인 인류 역시 다수는 다음 단계의 경험을 맞이하는 게 조금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식물을 좋아하는만큼 (다행히) 인류애도 남아있기에 앞으로는 식물과 더불어 사람도 낳고 키우고 싶은 욕구가 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말한 형편의 문제는 뒤로 하더라도 대한민국 출산율 0.7이라는 최근 통계는 (서울은 0.53)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형편이라는 건 단순히 경제적인 것을 넘어 마음의 형편일수도 있으니. 우리는 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2에 머물며 식집사와 고양이의 집사를 자처하는가? 무엇 때문에 우리는 초기에 자아를 찾는 것에 실패하고 현 스테이지에서 방황을 하고 있는가.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숫자는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출산율 문제는 단순히 수당이나 육아휴직 확대 등의 경제적 지원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오랫동안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국가의 교육정책, 정부를 비롯한 사회 지도층의 철학, 그로 인한 해당 사회의 분위기 등 복합적인 사회 심리적 문제를 함께 안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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