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질 키우기] 1단계 : 씨앗
요즘 바질이 대유행이다. 는 물론 내 생각이다.
절름발이 연기를 하기 위해 절름발이 흉내를 내며 종로 바닥에 나갔더니 세상은 절름발이 천지더라는 어느 연출가의 말처럼 (김영하, <포스트잇>) 바질을 키우기 시작하니 세상 모든 사람들이 뒤뜰에 바질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하튼 내 눈엔 요즘 바질이 그렇게 잘 띈다.
내가 언제 처음 바질이라는 걸 알았을까? 분명 바질 그 자체가 아닌 파스타나 피자 같은 음식을 통해 접한 것이 첫 경험이었을 것이다. 작년 여름 작업실에서 감자를 수확하고 지인이 운영하는 을지로 모 술집에서 일종의 감자 파티 같은 걸 했는데 그 집 옥상에 바질 화분이 두 개 있었다. 그때 온전한 바질을 처음 봤다. 그때만 해도 나는 바질에 큰 관심이 없을뿐더러 남의 집에서 키우는 화분 같은 건 더더욱 관심이 없었는데 파티에 참석한 친구가 화분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더니 친구는 그곳 사장1 (사장이 셋이었다) 에게 혹시 이것을 (바질) 좀 따가도 되냐, 고 물었고 사장1은 흔쾌히 허락했다. 그리하여 그는 술을 마시다 말고 신나게 바질을 채집하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사장2가 등장해 눈을 부라리며 "아니 그거 지금 따시는 건가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바질 서리꾼으로 전락한 내 친구는 조금 위축됐지만 그래도 성깔이 있는 편이기 때문에 "네, 따라고 하시던데요?" 하며 태연히 맞섰고 상황은 일단락이 됐지만 찜찜한 기분이 들었는지 나에게 와서 모든 것을 일러바친 것이다. 나는 을지로의 많은 가게들이 여러 명의 사장에 의해 운영되고 대부분 의견이 서로 맞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에 크게 동요하진 않았지만 친구가 바질 도둑으로 전락할 뻔한 것은 참을 수 없었다. 결국 아이 장난감을 사는 심정으로 올해는 직접 바질을 키우기로 했다. 싸움은 못하니 평화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바질 씨앗을 구하는 법은 상당히 간단한데, 우리는 무려 3가지 경로로 바질 씨앗을 구했다.
1. simda (https://www.instagram.com/simda.kr)
운 좋게 식물브랜드를 운영하시는 'simda' 이주연 대표님과 조금 알게 됐다. 대표님은 늘 호호호 웃으며 사람을 반겨주시는 세상 무해한 분이신데 어쩌다 마켓에서 뵙거나 하면 덜컥 무언가를 안겨주시곤 해 더 좋아하게 됐다. 심다의 사업이 다음 세기까지도 번창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날도 양재에 갔다가 우연히 이 분을 뵀는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반겨주시며 simda에서 만든 스윗 바질 키트를 주셨다.
2. 서울식물원 (https://www.instagram.com/seoulbotanicpark_official)
마곡나루에 있는 서울식물원에서 바질 씨앗을 대출했다. 놀랍게도 이곳 식물원엔 씨앗 대출이라는 귀여운 프로그램이 있는데 방문해서 이름을 적고 씨앗을 고르면 인당 1종의 씨앗을 대출해 준다. 다양한 제철 씨앗이 구비되어 있다. 다만 대출한 씨앗을 어떻게 다시 식물원에 돌려줄 것이냐, 그게 좀 모호하다. 당시엔 그 모호함을 이용해 씨앗을 날로 먹을 생각이었지만 현재 바질 농사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대적 성과를 냈기에 이제는 어떻게 하면 식물원으로부터 리워드를 받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다. 부디 서울식물원이 을가클의 존재를 알고 함께 상생하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길 기대한다.
3. 다이소
다이소에서 바질 씨앗을 구매할 수 있다. 1,000원이다. 너무 쉬워서 위 두 개의 경로가 무색해질 정도이지만 아무래도 유료이기때문에 크게 권하고 싶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