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소문 없이 찾아드는 침체는 늘 성가시고 괴롭다.
그런데 이 녀석의 천적이 의외로 어떤 특별한 방도가 아닌 하잘것없어 보이는 일상이지 아닐까 짐작이 가곤 한다. 그 짐작의 한 근거가 된 작은 에피소드다.
잠깐 앉아 멍~하니 있을 곳을 위해 전차역 근처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토요일 이른 오후라 그런지 어디나 조용히 앉아 있을 만한 빈자리는 없었다. 이런저런 20분 정도 역 주변을 서성거리다 패스트푸드 햄버거 가게에 들어가 자리를 찾아 앉았다.
습관처럼 작은 가방에 챙겨 온 책을 꺼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페이지의 텍스트들과 씨름하기 시작하였다. 한 한 시간 삼십 분 정도 발버둥 치고 있을 때였다. 아주 서서히 텍스트들이 엮어내는 의미들이 조용히 시신경 뒤에 있을 것 같은 사고의 공간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는, 아주 상쾌한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닌가!
일을 마치고 저녁 늦게 집에 돌아와 이런저런 하다가 보면 이제 다음날을 위해 자야 할 일 밖에는 남지 않는 날이, 몇 날인지 모르게 이어지고 있었다. 한 줄이라도 읽고 있던 책은 손에 쥐지도 못하고 있었다. 바쁘고 피곤하니 어쩔 수 없지, 그사이 좀 여유로워지면 나아지겠거니 하였다. 이렇게 스스로 받아들인 메시지는 도리어 그런 상황들을 더 견고히 해주고 있었다. 서서히 그리고 매우 강하게.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역 앞 햄버거 가게에서, 작정하고, 요사이 가장 오래, 늘 그랬던 것처럼, 책 속의 글자들을 째려보고 노려보았다, 이날. 희미해져 있던 인지와 이해의 감각이 조금 선명해지는 느낌이었다. 그 뒤로 한 시간을 더 앉아 책을 읽다가 햄버거 가게에서 나왔다.
상쾌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살랑살랑 눈가를 스치고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