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이후의 모델링

왜 사업가, 행정가, 철학자가 동등하게 중요한가

by 민진성 mola mola

과학기술은 단 하나의 답을 주지 않는다

과학기술은 자연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그러나 그 결과물이 반드시 ‘유일한 정답’일 필요는 없다. 과학은 언제나 현실을 모델링한 하나의 근사치를 제공할 뿐이다. 의자를 설계할 때 인체공학적 최적화를 추구할 수도 있고, 미학적 디자인을 중시할 수도 있다. 때로는 가격과 이동성을 더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과학적 모델이 보여주는 가능성은 많지만, 사회가 실제로 선택하는 것은 그중 하나의 구체적 모습일 뿐이다.



사업가는 가능성을 현실로 만든다

과학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면, 사업가는 그것을 현실 속 상품과 서비스로 변환하는 사람이다. 단순히 기술을 구현하는 차원을 넘어, 어떤 모델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다고 받아들여질지를 판단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은 단순히 통신 기술의 집약체가 아니라, 소비자가 편리하고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조정된 모델이다. 이 조정의 과정이야말로 과학기술을 실질적인 문명 경험으로 바꾸는 사업가의 역할이다.



행정가는 질서를 만든다

그러나 사회는 단순히 ‘시장성’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행정가는 과학기술과 사업이 만들어낸 모델들이 안전, 공공성, 지속가능성과 조화를 이루도록 관리한다. 백신, 원자력, 인공지능 같은 기술은 사회적 영향력이 막대하기 때문에 반드시 제도적 장치와 함께 작동해야 한다.

따라서 행정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가능한 모델들 중 어떤 것이 사회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철학자는 의미를 묻는다

마지막으로 철학자의 역할이 있다. 과학기술이 제공하는 모델이 사회와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그것이 존엄과 자유, 행복과 같은 가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성찰하는 것이다.

철학은 “가능하다”와 “해야 한다” 사이의 간극을 다룬다. 인공지능이 특정 업무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사회적으로 옳은 선택은 아닐 수 있다. 이때 철학적 성찰은 과학기술이 제시한 모델이 윤리적·존재론적 차원에서 타당한가를 묻는다.



다층적 모델링의 시대

결국 과학기술은 문명의 토대지만, 그 자체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회는 언제나 추상의 구체화된 여러 모델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 과정에는 과학자만이 아니라 사업가, 행정가, 철학자 등 다양한 주체가 함께 개입한다.
문명은 이들 서로 다른 시선과 판단이 얽혀서 만들어내는 다층적 모델링의 결과물이다. 본질에 도달하지 못하는 한계 속에서, 인간은 다양한 모델을 중첩하고 교차시키며 끝없는 새로운 현실을 창조한다.




#생각번호202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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