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좇는 것이 아니라, 존엄을 지키고 싶어서
나는 세상을 지나치게 예민하게 살아간다. 사람보다 맥락을 먼저 보고, 소리보다 구조를 먼저 듣는다. 눈앞의 일보다 그 이면을 먼저 상상하고 그 상상은 대개 불안을 수반한다. 오늘도 그랬다. 신호를 기다리며 2초간 멈춘 차를 확인한 뒤 횡단보도를 건넜다. 그런데 갑자기 그 차가 가속하며 나를 향해 달려왔다. 몸을 틀고 손으로 막으며 간신히 피했지만, 손목은 여전히 뻐근하고 심장은 한참을 진정되지 않았다. 나는 분명히 조심했고, 예측했고, 확인까지 했는데도 위험은 나를 덮쳤다. 이 사회에서 예민함은 생존을 위한 무기지만 그 자체로는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결국, 나는 나를 지킬 방법을 더 찾아야 한다.
부자가 된다는 건 고급 차를 타거나 비싼 음식을 먹는 문제가 아니다. 나는 그저 내가 걷는 길에 차가 갑자기 튀어나오지 않기를 바라고, 내가 사는 집에 외부인이 함부로 접근하지 않기를 바란다. 오늘 같은 일이 또 생긴다면 나는 그냥 길을 걷는 것도 불안해지는 사람이다. 나에게 부란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는 선택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안전한 보행로가 있는 주거지에서 걷고 차량 통제가 잘 된 커뮤니티 안에서 생활하고, 무례하거나 몰상식한 사람과 마주칠 확률을 줄이는 것. 이 모든 건, 돈 없이 되지 않는다. 내가 부자가 되길 원하는 건 사치를 위해서도, 타인을 부러워서만은 아니다. 나는 그저 살아남고 싶다. 조금 더 덜 위협받고 조금 더 덜 흔들리며. CPTSD를 안고 살아가는 나는 늘 경계하고 조심해야만 하는 삶 속에서 ‘이 정도는 안심해도 된다’는 지점을 간절히 원한다. 그리고 그 지점은, 안타깝게도 자유가 아니라 자산으로만 보장된다.
이건 허영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책임이다.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으며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있는 힘. 그것이 나에게 부의 정의다. 그리고 나는 그 정의를 이룰 수 있도록 오늘도 현실을 분석하고, 조용히 구조를 설계한다.
#2025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