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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유롭지 않다. 그럼에도 자유의 편에 선다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자유를 지키는 이유

by 민진성 mola mola

누가 자유의 편에 설 수 있는가

나는 자유롭지 않다. 선택권도, 자산도, 지위도 없다. 그 흔한 여유 한 줌조차 없이 하루를 버틴다. 그러니 누군가는 말한다. ‘너는 왜 자유의 편에 서 있느냐’고. ‘자유로운 자들이나 지킬 수 있는 걸 왜 네가 지키느냐’고. 말하자면 이렇다. 자유를 누리지도 못하면서 왜 자유를 옹호하느냐는 조롱이다. 마치 ‘그건 너희 같은 사람의 몫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들린다. 그 말에는 계층에 따른 가치 분배, 즉 자유라는 개념조차도 소유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지켜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들이 생각하는 자유는 ‘이미 가진 자들의 사치’처럼 보일지 몰라도 내게 자유는 ‘언젠가 도달해야 할 삶의 태도’다. 오늘의 나에게 자유는 실체가 아니라 방향이다.



자유의 편에 선다는 것

나는 오늘, 자유롭지 않지만 내일 자유로워지기 위해 오늘 자유의 편에 선다. 그건 흉내가 아니다. 결단이다. 지금은 무력해 보여도 이 방향을 놓치면 나는 영원히 자유롭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는 때로 역설적이다. 자유를 외칠수록 자유는 더 멀어진다. 자유는 늘 책임과 대가를 요구하고 누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진짜 자유를 가질 수 있다. 그러니 자유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 무게를 견디는 자, 그 불편함을 감수하는 자만이 자유의 실체에 다가갈 수 있다.



자유롭지 않아도 자유를 말할 수 있다

문제는 지금의 자유가 점점 신화가 되고 계급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가 그것을 소유하려 들고 자본이 그것을 대변하려 한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에게 말한다. ‘자유는 네 것이 아니야.’, ‘너는 자유로울 자격이 없어.’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나는 조용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진짜 자유는, 그 말에 대답할 수 있을 때부터 시작된다고. 나는 지금 자유롭지 않지만 그래도 자유의 편에 선다. 왜냐하면 자유를 갖지 못한 이들이 자유를 외칠 수 있어야 그 사회는 비로소 자유롭기 때문이다.그것이 내가 이 편에 서는 이유다. 비록 지금은, 누군가의 ‘걱정거리’로 보일지라도.




#2025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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