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진짜 막아야 할 것

무역적자가 아니라 ‘중국의 덤핑’

by 민진성 mola mola

보호무역주의의 역습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공세적으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꺼내들었다. 그 방식은 단순하고 강력하다. 한국을 포함한 모든 수입품에 25%의 일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 FTA 체결국 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수입을 ‘불공정 무역’으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조치는 얼핏 보면 미국 산업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트럼프의 방식은 오히려 미국 자신을 고립시키고, 진짜 적을 도와주는 정책일 수 있다.



자유무역의 논리, 왜 무시되고 있는가

자유무역 협정(FTA)은 단순한 경제 협정이 아니다. 상호 신뢰와 안정된 무역 질서 위에서 장기적 이익을 나누자는 국가 간 계약이다. 즉, 일방의 무역흑자만을 ‘불공정’이라 간주할 수는 없다. 만약 상대국이 높은 품질, 낮은 비용, 효율적인 공급망을 통해 수출 우위를 점했다면, 이는 국제 경쟁에서의 ‘성과’이지 ‘부정’이 아니다. 그에 대해 일괄적인 고율 관세로 보복하는 것은, 자유무역 체제의 기본 원칙을 허무는 것이며, 협약을 신뢰한 기업들과 국민에게 갑작스럽게 ‘페널티’를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식 주장대로라면, 세계는 무역을 하면 안 된다. 모든 나라는 반드시 ‘무역수지 균형’을 이뤄야 하고, 어느 나라 하나도 흑자를 보면 안 된다. 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가정인가?



그런데 진짜 불공정은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금 ‘적’을 잘못 보고 있다. 미국과 FTA를 맺은 한국, 유럽연합, 일본 등은 오히려 중국의 산업 정책에 가장 큰 피해를 본 ‘피해자’들이다.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 원자재·중간재 시장에서 구조적 덤핑을 반복해왔다. 시장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철강, 알루미늄, 희토류, 태양광 패널 등을 쏟아내면서 세계 각국의 생산 기반을 붕괴시켰고, 경쟁기업이 사라진 후에는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거나 수출을 제한하면서 ‘지정학적 무기’로 사용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희토류 수출 통제이다. 중국은 일본과의 영토 분쟁 이후,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고 이에 따라 전 세계 첨단산업의 공급망이 휘청였다. 중국은 단순한 ‘경제적 경쟁자’가 아니라 공급망을 통제하려는 전략적 행위자이다.



그런데 미국은 왜 동맹국에 칼을 들이대는가

FTA를 체결한 국가들은 자유무역의 룰을 지키며 경쟁해왔다. 그 와중에 일부 산업에서는 흑자도, 적자도 생겼다. 하지만 이는 국가 간 계약과 시장 선택의 결과지, 조작이나 기만이 아니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흑자’라는 숫자만을 근거로 모든 수입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덤핑처럼 구조적인 왜곡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전략산업에 한정된 조치도 아니다. 그저 무역적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모든 상품에 벽을 세우려 한다. 이건 보호무역이 아니라 ‘적대무역’이다. 게다가 칼끝이 겨눠진 대상은 미국의 동맹국들이다. 함께 중국에 맞서야 할 파트너를 고사시키면서, 진짜 문제인 중국은 오히려 자유롭게 세계 시장을 지배할 여지를 얻게 된다.



미국이 진짜 우선해야 할 것

미국이 진정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한다면, 해야 할 일은 고립이 아니라 동맹 중심의 국제 질서 재건이다. 제대로 된 전략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 중국의 덤핑과 국영기업 보조금 문제를 WTO에 제소, 희토류, 리튬, 철강 등 핵심 자원에서 수입선 다변화 및 동맹국 연합 투자, 전략산업 보호는 특정 품목에 한해 정밀 조정, FTA 체결국과의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 설계, 자국 생산성 강화와 기술 투자를 통한 근본적 경쟁력 확보.


이런 전략 없이 무작정 관세만 올리는 건, 미국 자신의 소비자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동맹국의 신뢰를 파괴하고, 중국의 독점을 돕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무역은 ‘정치’가 아니라 ‘구조’다

트럼프는 사업가 출신임을 내세우지만, 정작 지금의 방식은 구조적 효율을 고려한 전략이라기보다는 ‘국내 정치용 감정적 대응’에 가깝다. 보호무역은 항상 단기적으로는 정치인의 박수를 부른다. 국내 공장이 돌아가고 일자리가 늘어날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반작용은 수입 물가 상승, 공급망 불안정, 글로벌 신뢰 상실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온다. 미국은 지금, 전략적 동맹이냐, 고립된 제국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은, 곧 중국의 세계 지배를 허용하느냐, 막느냐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2025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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