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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llie 몰리 Oct 21. 2024

중국로컬병원, 귀속 좀 보고 싶다고요!

첫 중국 로컬병원 도전기

해외에서는 아프면 괴롭다, 힘들다, 정말 그렇다. 한국처럼 의료시설이 빠릿빠릿하지도 않지만 제대로 된 병원 시설을 찾아가기란 외국인 입장에서는 여간 스트레스가 되는 상황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우리가 그나마 한국에서 기초라도 배워온 영어를 가지고는 로컬 병원을 갈 수 없으니 값비싼 외국인 병원을 이용해 왔다. 하지만, 계속되는 비싼 진료비에 나를 맡기기도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평소에 턱관절과 목, 경추가 좋지 않아서 겨울철이 되면 늘 고질병이 발생했고, 그와 동시에 이상하게 귓바퀴와 귓속이 가렵다거나, 귀 속이 찌릿찌릿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이관장애에도 문제가 생겨서 침을 삼키면 늘 귀의 양쪽에서 공기 방울 소리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삶을 산지도 몇 년 되었다. 할 수 있는 건 침을 맞거나, 증상이 약해지면 익숙해져서 잊고 살아가지만, 추위와 함께 찾아온 신경통과 근육통은 참을 수가 없다. 더불어 체력 저하까지 맞물려있으면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도 쉽다.


동네 이비인후과를 아무 데나 갈 수 없는 현실이었지만, 한 번은 로컬병원을 직접 부딪쳐보고자 문을 두드린 적이 있다. 진료비도 비싸지 않다고 들었고, 간단히 번역기 기능으로 나의 상황을 설명하고 진료를 볼 수 있다는 용기가 생기기도 했다. 내가 원하는 건 귀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경 카메라로 혹시 모를 염증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것 그것 하나였다. 베이징에 하나 있던 한국병원이 문을 닫으며, 이 귀를 확인하고자, 2,000 RBM(약 40만 원) 정도의 진료비를 낼 수는 없었다.



중국 부동산 직원에게 소개를 받아 그 지역에서 꽤 큰 북경대학 제3병원을 방문했고, 위챗 공식 계정 어플로도 예약을 할 수 있다고 안내를 했지만, 외국인 같은 여권 소지자는 직접 병원에서 정보를 입력해야 했다. 다음 날, 진료 예약을 위해서 남편과 차를 타고 직접 병원을 방문했고 원무과 같은 곳을 찾아가서, 번역기에 미리 써둔 내용을 안내하는 사람에게 보여주었다. 입은 "워먼 디이츠 라일러, 짜이날취?(처음 왔어요. 어디로 가야 하죠?)"라고 떼며, 핸드폰의 번역기를 보여주었다.

"이비인후과 진료를 보고 싶은데요, 병원은 처음이고 외국인이에요. 진료를 어떻게 보는지 안내해 주세요."

© Mollie


직원은 내게 손가락으로 창구를 가리키며, 줄을 서라고 했고, 눈치를 보니 그곳에서 이야기하고 "후자오(여권)"을 내밀었다. 여권을 돌려주더니 바코드 종이를 함께 주고 기계에 뭘 입력을 해야 하는데, 다행히 중문/영문이 같이 있었다.


여기서 문제가 계속 터지기 시작했다. Registration and Check-in Non-insured를 눌러서 접수를 하는데, 여권 번호 입력이 안 된다. 중국 비자의 뒤에 **** 네 자리를 눌러야 하는데, 자꾸 튕기고 입력이 되지 않았다. 그때 뒤에서 우리를 지켜보던 젊은 중국 여자친구가 도와주겠다며 내 여권을 샅샅이 함께 뒤져서 해결하려 했지만, 시스템인 작동하지 않아서 고맙다며 다시 창구로 가는데.

© Mollie

아까 중국 여자친구가 자기가 해결했다며 다급히 우리를 부르러 왔다. 화면이 넘어가고, 진료과를 누르라고, 거의 그 친구가 입력을 해주고, 옆에서 Xiexie를 무한반복할 뿐이었다. 주임 선생, 특진 등 전문의에 따라서 비용과 시간이 달랐고, 나는 급해서 일반 진료를 선택하고 내일로 예약이 되었다. 로컬 중국 병원은 진료 예약 시에 접수비를 받는데, 50 RMB로 너무 저렴했다. 내일 있을 진료 예행연습을 위해서 미리 2층에 위치한 이비인후과에도 가보았고 드디어 첫 나의 중국 로컬병원 이비인후과 진료가 기대되었다.



드디어 떨리는 첫 중국 병원 진료날이다. 어제 예약한 예약증을 지참하고 당시에도 코로나 시기라서 핸드폰의 healthy kit을 보여주고 정문을 통과했다. 3일마다 코로나 검사를 해야 했던 때라서 처음에 검사 결과가 없다고 나와서 병원 진료를 못 보는 게 아니라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응급실을 지나 어제 연습한 대로 2층의 5번 취에 가서 예약증을 보여주고, 모니터에 올라온 내 이름을 확인하는데 너무 한산해서 물어볼 곳이 없다.

© Mollie

곧이어, 내 이름이 불리고 어디로 들어오라고 하는데 어딘지를 못 찾아서 병원 복도를 돌며 진료실마다 내 이름이 있는지, 혹시 환자를 찾는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며 진료실마다 기웃거리다가 이름을 확인하고서야 안심하고 입장했다. 한국과 다르게 간호사가 옆에 없고, 의사만 있는데 주임 의사가 아니라 그런지, 좀 느릿느릿하고, 영어 소통이 안 된다고 해서 준비한 증상을 번역기로 돌린 캡처본을 보여주었다.


이제, 귀 속 카메라를 드디어 보는 거야? 염증을 확인하는 거지?라고 기대하는데, 기본 이비인후과 장비는 있는 것 같은데 양쪽을 그냥 맨 눈으로 들여다보더니 메이원티? 문제가 없단다. 어, 그래도 뭐 장비 하나라도 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조급해졌다.

© Mollie


고막 안의 유스타키오관의 염증이라면 당연히 보이지 않겠지만, 그래도 자꾸 귀가 가렵고, 압력이 느껴지고, 찌릿하고 나는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온 거라서 큰 걸음하고 온 건데, 귀카메라를 보여달라고 요청하기 시작했다. 물론 번역기로 말이다. 하지만, 의사는 괜찮다고 문제가 없으니 할 필요가 없다며 그냥 진료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귀 속을 맨눈으로 보기가 전부였다. 물론, 머리에 빛 반사밴드를 통해서 뭔가 더 확인했겠지만, 한국에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카메라도 확인하지 않는다는 게 의아했다.


의사의 손짓과 말투의 어감으로 알아듣는 거지 문장을 알아들을 수도 없었지만, 그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번역기에 얼른 입력하기 시작했다.

저 귀카메라를 보려고 예약했어요. 확인해 주세요.


내 핸드폰의 문장을 보자, 귀찮은 듯 의자에서 일어나며 "샤오덩이샤.(잠시만 기다리세요.)"하더니 사라져 버리고, 한참 뒤에 결제를 하고 오라고 종이를 건네주었다. 귀카메라를 보려면 결제를 또 해야 하나 보다. 다시 이비인후과 앞의 키오스크에서 추가 결제를 하고, 헤매는 건 이제 일상이라, 이 종이 저 종이에 있는 바코드를 스캔해하며 결제 금액 120 RMB를 결제했다.

© Mollie

주임의사가 아닌 평의사 가격이겠지만, 그래도 나의 목표는 귀의 염증을 카메라로 확인하는 거였기에 접수비(50위안) + 진료비(120위안) 총 170위안(약 34,000원)은 참 만족스러웠다. 두리번대며 결제 영수증을 들고 진료과로 들어가니, 처음에 들어간 진료실은 불이 꺼져있고, 다른 방으로 오라고 해서 또 쫄래쫄래 쫓아갔다.


오랫동안 작동을 하지 않았는지, 기기를 켜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소원대로 이경을 통해서 귀 안을 들여다보았다. 한국에서는 겁도 안 나던 이 단순한 동작이, 괜히 말을 잘못 알아들어서 움직이고, 잘못 찌를 것 같고 후들후들했던 기억이 난다.

© Mollie

고막 사진을 위챗으로 받을까 했는데 알아서 고막 사진이 첨부된 진료확인서를 주고, 일단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니 그제야 마음이 좀 놓이기 시작했다. 이게 뭐라고, 귀 속 한 번 확인하려고 이틀 시간 쓰고, 벙어리 냉가슴하며 아직도 이유는 알 수 없는 통증에 시달렸지만, 그래도 염증은 아니라고 하니 그걸로도 만족했던 진료였다. 나이 들어서의 해외살이는 건강한 신체가 아니면, 또 나처럼 잔병치레가 많다면 쉽지 않다고 느꼈던 나의 첫 중국 로컬 병원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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