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제 6화) 정혜의 용기
소년이 말했다. “오다가.. 넘어졌어요 할머니..”
할머니는 방에서 소독약 세트와 붕대를 꺼내와서 소년의 얼굴과 팔에 약을 발라주고 붕대를 감아주었다. 그리고 찢어지고 더러워진 옷을 갈아 입혔다.
“조심하라 안 카드나!”
“죄송해요...”
“하이고.. 하이고... 야야... 참말로..”
소년이 말했다.
“할머니 나 잘께요..”
“밥은?!”
“밥 안먹을래요.. 배 안 고파요. 나 잘라요 안녕히 주무시소.”
“하이고.. 하이고..”
소년은 얼굴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다. 모욕을 당하고 맞은 게 너무 아프고 서러워서 눈물이 주르륵 주르륵 흘러 내렸다. 소년은 생각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학교에 가면 또 괴롭힐 게 뻔해.. 너무 아파.. 가슴이.. 너무 아파....’
다음 날.
소년은 학교에 갔다. 혼자 일찍 도착해서 교실에서 멍하니 있었다.
“드르르륵.”
누가 왔다.
정혜였다.
“아.......”
“..........”
이른 아침 정혜와 소년, 교실에 둘 뿐이었다.
긴 침묵 끝에 정혜가 먼저 입을 떼었다.
“저기.........”
“...............”
“미안해......”
“...............”
“어쩔 수 없었어 무서워서...”
“아............”
“미안.........”
“아냐.. 괜찮아.. 나랑 말하면 안돼.. 알았어..”
“.........”
“.........”
소년과 정혜 둘 다 모두 침묵했다.
무척이나 어색한 침묵이었다.
시간이 지나 점심시간.
소년은 혼자인게 익숙한 듯 도시락을 꺼내어 혼자서 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 있는데 규한이 갑자기 소년의 도시락을 모조리 엎어 버렸다.
“아.........”
“거지가 밥은 잘 먹네 이 거지야!!!”
“거지는 똥을 먹어야지!!!”
“하하하하하하” 규한의 패거리 아이들이 비웃기 시작했다.
“거지! 거지! 거지! 거지!!”
“땟국물! 땟국물! 땟국물!!!”
“하하하하하하” 소년을 비웃는 규한 패거리 아이들.
소년은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나왔다.
소년이 말했다.
“나한테........왜...이런....”
규한이 말했다.
“왜 이런?! 이게 미쳤나! 알지?”
“퍼억!!퍼어어억!!!”
“꺄아아악” 여자 아이들의 비명 소리.
규한이 주먹으로 소년의 얼굴을 때렸다.
“퍼억!”
“아.........”
“으.........”
규한이 발로 배를 계속해서 걷어차며 말했다.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퍼억! 퍼어억! 퍼억! 퍼억!!!”
“억!!! 윽!! 으윽!! 으으으윽!.....”
“하하하하하!!!”
“...........”
“!!!!!”
“!?”
“!!!”
“그만해!!!!!!!!!”
정혜의 목소리였다.
정혜가 달려와 두 팔을 벌려 온 몸으로 규한 앞을 막아섰다.
소년이 말했다. “정... 혜... 야..... 위.. 험.. 해....”
정혜가 말했다. “아니! 이젠 정말 못 봐주겠어!! 제발 그만 좀 괴롭혀!!!”
규한이 말했다. “오 정혜!! 사랑의 공주님이신가!! 기다려봐!!”
규한이 주먹을 불끈 쥐고 정혜를 한껏 때릴려는 포즈를 취했다.
“!!?”
정혜가 놀라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꺄아아악!!”
그때였다.
소년이 규한에게 온 몸을 던지며 갑자기 달려 들었다.
소년이 정혜를 구하기 위해 남아 있는 힘을 다해 힘껏 몸을 던진 것이었다.
“우당탕탕!!!”
넘어지는 규한.
“아으........”
"윽!?"
규한이 넘어졌다.
“윽. 뭐야!?”
“으...........”
규한이 일어서며 말했다. “이... 이..”
“벌레 같은 놈이!”
“퍼억!”
“까불고 있어!”
“퍼어억!”
아이들의 비명소리 “꺄아악!!!”
“으윽..!”
“땟국물 주제에!”
“퍼어억!”
“우윽!!”
반장이 소리 지르다시피 크게 말했다.
“그만해 선생님 들어오신다!!!!”
“퍼어억!!!”
“으으으........”
소년은 자리에 주저앉은 채 일어날 수도 없었다.
그 때. 담임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왔다.
“!!”
“!?”
“반장!! 종훈이 쟤 왜 저러고 있니!?”
반장이 말했다.
“예 선생님 아 그게.......”
규한이 이죽거리며 말했다.
“다들 선생님한테 말하면 나한테 다 죽어. 알지?”
“.............”
“.............”
규한의 말을 들은 반 아이들이 모두 침묵했다.
“아...”
“!!!!”
“!?”
“!!”
“규한이가 때렸어요!!!!!”
정혜의 목소리였다. 정혜가 울먹이며 말했다.
“규한이가 종훈이를 계속 괴롭히고 때렸어요!!!!”
다 죽어가던 소년은 그 말을 듣고 정혜를 한번 쳐다보고 씨익 웃었다.
규한이가 일어서면서 불끈 주먹을 쥐며 말했다. “야!!정혜 너!!!”
규한이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넌.. 죽었어 이제! 알지?”
담임 선생님이 말했다.
“이규한!! 애를 때렸어!?”
규한이 말했다.
“.........”
“.........”
“예......”
“종례 끝나고 교무실로 따라와 이규한!”
“.........”
규한이 말했다. “아이.....”
소년의 신음 소리. “으으으.........”
정혜가 소년에게 달려가 소년의 얼굴을 두 손으로 어루만지며 말했다.
“괜찮아? 너무 심했지.. 미안해... 내가 미안해...”
소년이 말했다. “괜...찮..아... 고마..워 정..혜..야...”
잠시 후, 아이들이 소년의 곁으로 몰려왔다.
소년은 문득 겁이 났다. 아이들이 자기를 때릴까봐.
한 아이가 소년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미안해.. 못 도와줘서...”
다른 아이가 말했다. “나도 미안..”
또 다른 아이가 말했다. “나도 미안해.... 이제 도와줄게..”
아이들이 모두 모여 말했다. “나도.. 나도.. 나도..”
소년의 얼굴이 눈물 자국 콧물 자국으로 온통 범벅이었지만 소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씨익 웃으며 말했다.
“얘들아.. 모두.. 들.. 고마워... 정혜.. 야.. 고.. 마워..”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규한은 담임 선생님에게 불려가서 한참동안 혼이 났다.
그 뒤로 규한이 소년을 괴롭히는 일은 없어졌다. 담임 선생님이 뭔가 특단의 조치를 취한게 분명했다. 또한 반 아이들 모두가 규한의 감시자가 되어 규한이 소년을 괴롭히려고 하면 모두 두 팔을 벌려 규한 앞을 막아섰다. 규한은 이제 더 이상 소년을 때리거나 괴롭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