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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

멀리 있는 형제보다 가까운 이웃이..

by 장기혁



몇 년 전부터 가까운 이웃들과 한 달에 한 번씩 번갈아 가며 포트럭 (potruck) 파티를 즐기고 있다. 세 가족이 모이는데, 두 집의 가장이 직접 식당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어 셰프 수준의 요리와 고급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예전에 해외에서 즐겼던 포트럭 파티를 이제 한국에서 소규모로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아내들끼리는 거의 매일 일상을 나누며 이웃 간의 우애를 다지고 있다. 다들 취향이 비슷하고 성향이 잘 맞아 관계가 자연스럽게 지속되는 듯하다.


오늘은 세 가족이 함께 한탄강 트레킹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한 가족과는 등산을 두 번 함께했지만, 세 가족이 함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행히 반응이 좋아 앞으로 야외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더 마련해 볼 생각이다. 연령대도 비슷하고 경제적 수준, 정치적 성향, 문화적 취향, 여가를 즐기는 방식도 비슷해서, 노년에 서로 의지하며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낯을 가리는 성격 탓에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이 어려웠는데, 이제는 마음이 열리는 느낌이다.


한국에서 도시 생활을 하다 보면 대부분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 거주하게 되는데, 이웃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다. 아파트 옆집에 사는 이웃과 이년이 넘도록 인사 한 번 나누지 않는 경우도 많다. 누가 사는지, 누가 이사를 가고 오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공동체 안의 상호부조와 돌봄 문화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며, 이제는 개인 단위로 파편화된 삶이 더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나 역시 같은 삶을 살아오다가, 5년 전 단독주택으로 이사하면서 오래전 기억 속에만 있던 이웃 간의 긍정적인 모습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집을 오래 비울 때 우편물과 조명을 챙겨주고, 주차 단속이 오면 알려주며, 집 앞 눈을 서로 치워주고, 소소한 일상 정보를 나누고,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한다. 길에서 마주치면 가벼운 인사와 안부를 묻는 모습도 자연스럽다. 친한 이웃들과 함께 파티나 야외 활동을 하며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수도 있다.


이웃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것은 현대 도시 생활인에게 특권이다. 이를 통해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으며, 현대 사회에서 점점 심각해지는 고독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 소중한 이웃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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