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에게 맞는 빛깔로 살아보자
사랑하는 사람
인생의 반려자
한때 꽤나 사랑했던 시절이 있었다.
"눈에 콩깍지가 단단히 씌었다."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였다.
그런데 살다 보니 단단히 써졌던 콩깍지는 벗겨졌고 매사 삐걱거리는 순간들이 많았었다.
서로에게 상처를 줄 때도 간혹 있었다.
그럼에도 서로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연이어서 일까?
아니면 정이 들어서 일까?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다.
지금은 사랑이라기보다는 정이 두터운 사이로 변했다.
서로에 대한 감정이 무뎌졌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무덤덤해졌다.
물론 기본 바탕에는 사랑이 깔려있다.
단지 무게 중심이 정으로 조금 더 쏠려있을 뿐이다.
한때 남들은 도저히 이해 못 할 많은 일들을 겪으며 사는 동안 그에 따른 사연도 차곡차곡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쌓여있다.
가끔은 울고 웃으며 아파하기도 행복하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늘 함께 했던 이유도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늘 서로 삶의 조력자였다.
지금은 서로가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삶이 힘들 때면 언제나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면 좋은 날이 꼭 올 거라며 스스로 위로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그 세월은 너무도 기나긴 세월이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자욱한 안갯속을 걷는 것처럼 희망의 빛은 희미하기만 했었다.
그래도 실오라기 같은 한줄기 빛을 한 순간도 놓지 않고 매달렸다.
그 끈을 놓쳐버리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며 살아왔다고나 할까?
언제나 내년 또 내년을 기약하며 한 해 한 해 버티며 살아왔다.
그 믿음은 결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어린 두 자녀는 훌쩍 커서 세상에 둘도 없는 우리의 보물이 되어 주었고 마냥 안갯속 같았던 그 길에
조금씩 빛이 들더니 환하고 밝은 길이 우리 앞에 놓였다.
나무가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좋은 열매를 맺기까지 물, 공기, 거름, 햇빛과 더불어 많은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듯 우리의 삶도 기다림이 필요했다.
물론 부단한 노력은 필수였다.
우리 삶의 방식이 남들은 이해 못 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왔다.
그럼에도 우리의 삶이 굳건할 수 있었던 것은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 끌어안고 잘 버티며
살아온 때문이 아닐까? 한다.
물론 후회스러운 순간, 후회되는 삶도 있었다.
그 후회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안겨주었고 또다시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애쓰고 또 애쓰며
살아왔다.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순응하며 살아온 덕에 그 어둡고 칙칙한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가정이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려면 어느 정도의 희생과 조율은 필요한 것 같다.
서로 다른 성격, 취향, 입맛을 조금씩 양보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맞추기까지 많은 세월이 흘렀다.
각기 다른 색깔을 부부 공동의 색깔로 교집합을 이루기까지 많은 인내도 필요했었다.
무수히 많은 인고의 세월이 있었기에 희미해진 사랑은 다시 두터운 정으로 차곡차곡 쌓였을 것이다.
철없던 시절, 가끔 서로 사랑하는지 확인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을 만큼 연륜이 쌓여있다.
가끔 매스컴에서 부부 재산권 분할이니,
공동 명의니,
가사 분담이니,
역할 분담이니 하는 내용들을 접할 때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가면서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살다 보니 그 부분은 서로 삶의 방식이나 주어진 환경에 따라 그럴 수도 있고 또한
서로의 생각이나 관점을 존중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내 생각이 변한 것은 맞벌이하는 아이들 영향이 크다.
특히 바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요즘은 부부도 서로 상부상조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칫 버거울 수 있는 가사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흔히 옛 어른들께서"자식 낳고 살다 보면 부모 마음 알게 된다."라는 그 말씀이 가슴 깊이 새겨지는 것도
그 나이가 되어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 가족, 가까운 이웃 그리고 친구들과 사랑으로 배려심을 갖고 함께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면 어떨까? 한다.
크든 작든 상관없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그리고 주어진 환경 테두리 안에서 무두가 함께
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지 않겠는가?
우리는 오랜 세월 동안 우리만의 삶의 방식으로 소소하게 서로의 기념일을 챙기며 살아왔다.
예전엔 남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의식하며 살아왔다면,
지금은 우리의 현실에 맞게 남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도덕적으로 결여되는 삶의 방식이나 행동만 아니라면, 굳이 남을 의식하며 살아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단, 가족들 간 의사소통, 의견 조율은 항상 필요하다.
또한 신뢰하고,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제대로 찾은 우리만의 빛깔, 우리만의 삶의 방식이 반짝반짝 빛이 나기를 바란다.
비단 우리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삶이 꽃길이길 바란다.
저녁노을 붉게 물든 하늘처럼 우리의 인생도 아름답고 찬란하게 물들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