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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작가 선영 Nov 22. 2019

생각의 전환

내 안에 나를 사랑하기



전 손이 바쁜 사람들을 보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요.

몸과 마음에 정성이 깃들고 몹시 분주하죠. 세상 자잘한 것들에 작은 사랑을 나누느라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아요. 멈춰 있는 것들을 사랑으로 깨우고 나누는가 봐요. 재잘재잘 소곤소곤 세상과 이야기하는, 삶의 방식이겠죠.

요리하고, 바느질하고, 꽃꽂이, 정리 정돈에 어지간한 인테리어는 저리 가라로 집을 단도리 하죠.

보고 있으면 대단하다 싶어요. 저리는 따라 하지 못하겠지 하며 단념하기도 하죠. 여전히 따라 하지는 못해요. 그러던 중 몇 년 전 이효재 선생님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어요. 솜 대신 머리카락을 모아서 바늘꽂이를 만들면 바늘이 녹슬지 않는데요. 바느질의 대가인 만큼 도구들을 예의 있게 관리하시는 철학이 담겨 있었죠. 그래서 구석구석의 머리카락들을 모으시더라고요. 인터뷰 기자가 어떻게 매일 머리칼을 모으시냐고 힘들지 않으시냐고 물었죠. 청소를 하려고 생각하면 머리카락이 더럽고 귀찮은 존재이지만, 반짇고리를 만들기 위해 머리칼을 모으면 하나하나가 보석처럼 보인다고 말씀하시더랍니다.

이건 뭘까요?

또한 제 삶은 뭘까요?

저는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야 할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율이 느껴졌어요.

이런 것이구나. 예술은 한다는 것은.

내 작은 마음 씀의 세세한 솜털까지도 작품에 스미는 것이란 생각을 했죠. 말문이 막히고 머리가 망해졌어요. 이제껏 내가 무엇을 하겠다고 한 걸까? 나 혼자만이 짓거리는 놀이를 누구에게 보여주겠다고 하는 걸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죠. 더욱 그림을 정성 들여야 한다는 생각했어요. 세상에 놓일 제 자식 같은 그림이 어느 곳에 가도 부끄럽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구나. 마음 깊이 새기게 되었다고 할까요.

그 후 그때 그 이야기가 제 날들에 살고 있어요. 지워지지 않죠. 그림 그리기는 제 삶에 보석을 모으는 반짇고리 안에 머리칼 같은 존재잖아요. 사랑을 담은 그림을 위해 저는 사랑을 모아요. 제가 사랑을 품고자 하는 모습을 모으고, 아이들의 살을 비비기를 모으고, 사랑스러운 몸짓을 모으죠. 아이들 커가는 모습을 가슴에 저장하고 매일 들여다보죠.

그리곤 추억을 시시때때로 나눠요.

그 모든 것이 사진에 담기고 다시 보고 떠올리죠. 매일매일 따뜻하고 귀한 보물이에요.

모든 것이 제 작품 안에 들어갈 실제 상황과도 같잖아요. 그래서 삶을 더 음미하게 돼요. 그림을 다시 시작하면서 제 삶을 샅샅이 감상하게 되네요. 잠깐이라도 삶을 음미해보고 기억을 소중히 살피고 싶으신 적이 있으신가요?

마음을 기울여 사랑을 느끼고 사진을 찍어요. 다시 열어 회상하고 미소 짓죠. 그중에 더 많은 애정이 가는 사진을 다시 마음을 들추며 그려내는 거예요. 참 감사한 일이죠. 제게 이런 축복을 주신 것을요.


여전히 건성건성 스리슬쩍 스쳐 보내는 작은 사랑들에게 미안하지만 생각의 전환을 하기로 합니다. 저로 인해 따사로운 햇살들이 빛을 비추길 바래요.

그리곤 머리끝에서부터 햇살을 받는 상상을 합니다. 환한 빛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네요. 아주 천천히 환하게 기분 좋아지네요. 마음 귀퉁이에 맴돌던 실수들도 덮어 둡니다. 오늘 하루는 스스로를 용서해 봅니다.


괜찮아. 괜찮아.

네 잘못 만은 아니야.

지금 이 순간 미소 짓고 더 잘할 수 있어.

이유 없이 무거웠던 기분이 한층 낳아지셨나요?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죄를 짓고 살아가는 기분을 잠시 내려놓습니다.

조금 전 노마병에 걸린 어린이들의 영상을 보면서 도와주지 못하는 서운함이 있었습니다.

그 아이들 앞에 오늘 내가 짓는 모든 것들이 부끄러워졌더랍니다. 세상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두 손 모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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