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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작가 선영 Dec 16. 2019

그림으로 마음 찾기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태어났고, 어느 날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지요.

무엇도 내가 선택한 것은 없었습니다. 그저 어떤 상태에 놓인 것뿐입니다.

그랬는데 누군가는 예쁘다는 말을 듣고, 누군가에게는 똑똑하다는 말을 듣고, 누군가는 유머 있다는 말을 듣게 되지요. 누군가는 착하다는 말을 듣고, 누군가는 고집 세다는 말을 들으며 자랍니다.


고집스러운 것이 나쁜 것인 줄 알았다면 고집부리지 않았을지 모를 일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갖겠다고 떼를 쓰는 것이 고집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말이죠.

내가 싫은 것을 싫다고 표현한 것이지요.

먹고 싶은 것만 먹는 편식이 과연 나쁜 것일까요?

좋아하는 것만 하는 것이 과연 나쁜 것일까요?

우리는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했을 뿐인데 좋아하는 것만 한다고 해서 나쁘다는 답을 듣기도 합니다.

엄마 젖이 좋아서 삐죽 내민 젖병이 싫은 아이가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입 안으로 들어오는 고무 꼭지가 뻗뻗하고 싫었을 뿐입니다.

그저 아가는 자신에게 좋은 것을 선택했을  뿐입니다.

민감한 아이이겠지요.

하지만 억지로 싫은 것을 선택해야만 하기도 합니다.

본디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것은 나쁘다 하지 않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것을 선택한 자가 타인에게 부러움을 사는  것처럼요.


그렇게 좋은 것만 갖고 싶던 아이가 성장하면서 친구를 만나고 경쟁자를 만나고 사회를 만나 서로 부딪히고 흔들려 섞이고 깨지고 합니다. 크고 단단한 것이 작고 무른 것을 상하게 하겠지요.

그저 자연 스런 현상입니다.

크고 단단한 것이 작고 무른 것을 눌러 깨치는 것을 보고 잘 못 됐다 말하지 않습니다.

깨진 것은 가루가 되고 크고 단단한 것 사이사이로 들어가

시간이 지나 큰 바위를 만드니 말이죠.


작고 무른 것은 부족하거나 못한 것이 아닙니다.

작고 무른 존재를 부족하다 말하는 것이 못한 것이지요.

아무리 크고 단단한 것도 작은 알갱이들이 없으면 큰 산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세상에 필요한 존재들로 태어났고 당신의 가치는 아름답습니다.

매일매일 나에게 아름답다. 쓸만하다. 잘 살았고, 잘 살아가고 있다고 해주세요.


당신에게는 처음부터 아무런 잘못도 죄도 없었습니다.

삶은 원래 그렇게 살아지는 것인가 봅니다.

더 크고 단단한 바위가 되기 위해 오랜 시간 곁에서 비바람과 열과 추운 시간을 이겨낸다면 당신은 언젠가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큰 바위가 되려고 애쓰거나 내 작은 모습에 주눅 들지 않습니다.

내 작은 몸 덩이가 어느 곳에서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내가 필요한 곳에서 쓸모 있는 돌멩이가 되고자 합니다.

저는 그렇게 애쓰는 내 모습이 참 기특하다고 말해줍니다.

그래서 높은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하늘에 작은 공기 알갱이들아 너희는 알고 있니?

내가 누구이고 어떤 시간들을 누구를 위해 써야 하는지를

오늘도 내 몸에 남은 독을 닦아내기 위해

묵묵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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