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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쥬 May 24. 2024

36살에 다시 쓰는 진로계획서

내 진로는 완성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

내 나이 36살, 가끔 어이가 없을 때가 있다. 이 정도 나이를 먹었으면 진로고민은 더 이상 안해야 하지 않나?


26살의 내가 상상한 36살이 아니다. 젠장, 이번 생은 망했나 싶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다행히 망한 것 같지는 않다. 왜냐면 우리 팀 팀장님도, 내 옆 자리 이대리도, 내 앞자리 김 과장도, 심지어 50이 다 돼가는 부장님들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어른들은 자꾸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그래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뭐야? “


나는 이 질문에는 항상 꿀 먹은 벙어리가 돼버린다. 정말 아무 대답도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난 나 자신에게 다시 한번 질문해 본다.


“네가 하고 싶은 일은 도대체 뭔데?”


이 대답을 하기 위해 난 이 글을 포함하여 무려 16편의 글을 5개월간 쓰고 있다. 그렇다. 나는 정말 이 간단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장문의 글을 끝없이 쓰고 있는 것이다.


이 질문에 정확히 답하기 위해 나는 나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인정욕구가 높은 사람이다. 나는 내가 한 일의 성과가 정확히 측정되길 원한다. 왜냐하면 아웃풋이 정확해야 사람들의 인정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아웃풋이 정확한 해외영업 직무가 내 성향에 잘 맞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이런 면모가 HRD를 담당하며 가장 큰 장애요소로도 작용했다. 어른을 키우는 일은 어떻게 해도 성과가 가늠되지 않기 때문이다.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업무도 매한가지다. 어떤 CEO인지에 따라 회사의 조직문화는 천국이 되기도 하고 한순간에 지옥이 되기도 한다. 내 역량과 노력으로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조직문화를 담당하며 많은 무력감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이 일을 좋아했는지 생각해 보면 이 일을 하며 수많은 ‘처음’과 ‘최초’를 내가 해냈기 때문이다.


- 회사에서 최초로 유튜브 브이로그를 촬영했을 때

- 경력사원 점심메이트 프로그램을 처음 만들어 구성원들로부터 칭찬을 받았을 때

- 회사에서 최초로 해외 이노베이션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우리 회사 구성원들과 함께 샌프란으로 갔을 때

- 처음으로 교육컨설팅 업체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디자인싱킹 워크숍을 설계해 진행했을 때


나는 ‘처음’,‘최초’와 같은 타이틀이 붙었을 때 이상한 희열을 느낀다.


그럼 언제 일을 하며 행복하지 않았을까


- 같은 업무를 반복해야 할 때

- 업무에서 주도권을 잃고 상사의 지시만 따라 아바타처럼 일해야 했을 때

-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실행해보지도 않고 수많은 안 되는 이유를 말하는 사람들에게 설명부터 해야 했을 때


나는 새로운 일을 처음 시도할 때 일의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이다


누군가 해오던 일을 반복적으로 주도권없이 할 때 일의 성취감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럼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도대체 무엇일까?


1. 개발 (Development) : 고객과 시장의 니즈를 읽고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고 싶다.

2. 협업 (Coordination) : 새로운 사업을 함께 할 수 있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이들의 역량을 잘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협업의 장을 만들고 싶다.

3. 성장 (Growth) : 일단 빠르고 저렴하게 시도해 보고, 과정 중 깨달은 성공과 실패, 레슨런을 공유하여 회사 구성원들을 (일방적 교육이 아닌) 실제 경험을 통한 성장을 이끌고 싶다. 또한 이를 통해 회사의 큰 손실을 막아 회사의 지속 성장에 기여하고 싶다.


내가 이 일을 하기 위해서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런.. 또 다른 물음표가 나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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