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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쥬 Jan 26. 2024

탈출은 결국 못했지만

육아휴직

어제는 퇴사해야지, 오늘은 조금 더 다녀볼까


격변하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매일 경험하며 회사에 다니고 있을 시점, 나는 노숙인 사회복지학 연구에 심취한 남편을 만났다.


석사 논문을 쓰기 전 노숙인을 공감하고 이해하기 위해 영하 날씨에 서울역에서 실제로 노숙을 해봤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가 정말 독특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 무기력한 나와 달리 목표를 향해 에너지를 쏟는 그의 뜨거움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나에게 ‘세계평화’ 같은 사람이었다.


매일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고 그에게 돌아가면 나의 세계는 오직 평화만이 있었다.

그를 만난 이후 나는 더 이상 고통을 견디기 위해 걷지 않았다. 그와 함께하면 나를 힘들게 하는 모든 고통과 아픔이 사라졌다. 연애를 시작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그는 나에게 결혼을 하자고 했고, 나는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세계 평화가 만든 또 다른 세계 평화


나의 세계를 평화롭게 만든 그와 똑 닮은 아들이 나에게 찾아왔다. 그리고 아들은 또 다른 평화로운 세상으로 나를 이끌었다. 지옥 같던 회사에 육아휴직이라는 쉼표를 찍게 해 준 것이다. 탈출구는 결국 못 찾았지만, 비상구에 오랜 시간 몸을 숨길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출산 1달 전, 나의 지옥 같았던 회사생활의 쉼표를 찍으며 잔잔하고 평화로운 일상이 시작되었다. 아니, 시작된 줄 알았다.

아이는 효자였다. 출산예정일보다 1주일이 지난 41주차에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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