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와 선물 사이

나는 중독스펙트럼의 어디쯤 있을까?

by 맘달

남 일이 다 내 일이더라, 살아보니 남이 겪는 건 나도 다 겪더라, 하는 말이 맞아도 좋은 일이면 모를까 세상에 안 좋은 일을 겪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상만사 새옹지마다, 영원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가기 마련이다,라는 말도 좋을 때 얘기지 막상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어려움이 닥치면 공중분해되고 만다.


빚, 거짓말, 막장, 불법, 도덕적 실패, 인격적 결함, 폐인, 중독에 취약한 기질... 도박과 연관된 말들은 많았고 하나같이 거슬리는 단어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을 후벼 판 것은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라는 말이었다. 그것은 저주에 가까운, 아니 저주였다. 불치병이라고 해서 죽치고 앉아있을 수 없어서 저주에서 풀려날 주문을 찾아 헤매던 어느 날, 닥터 폴의 책 <나는 중독스펙트럼의 어디쯤 있을까?>를 만났다.


"나는 과거 알코올 중독자였다"라는 첫 문장에 힘입어 (약물중독에 대한 내용은 빼고) 끝까지 읽었다. 설득이나 설명보다 실제 경험과 사례를 통한 증언이라 울림이 있고 중독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닥터폴이 말하는 중독에 대한 잘못된 믿음 10가지 중 두 가지가 크게 도움이 되었다. 첫 번째는 중독은 중독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 "많은 이들이 중독을 행동장애, 살아가면서 겪는 스트레스에 적응하기 위해 습득된 결과라고 본다. 나는 여기에서 심리적, 정신적, 사회적 측면이 의학적 측면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거의 모든 책에서 중독이 의지박약의 문제가 아니라 중독에 취약한 기질은 있다고 했지만 겉은 멀쩡하니까 '왜 저럴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럴 때마다 병에 걸리고 싶어서 그랬겠어, 란 생각만 했지 스트레스대처를 위한 회피수단이었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두 번째는 생활습관의 변화가 중독자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하지만 실제로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중독을 극복할 수 있는 핵심이라는 말이 와닿았다. "생활습관을 바꾼 다음 그걸 완벽하게 지켜나갈 수 있을까? 아니,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중독 스펙트럼 중증에서 경증으로 위치로 가는 여정을 시작하는 게 가치가 있을까? 당연히 가치가 있다."그는 식생활 개선, 운동량 증가, 스트레스 감소, 자연적이고 건강하며 지속가능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는 것 같은 비의료적 개입이 치료에 결정적이라고 했다. 불규칙한 식사, 운동부족, 우울감 등 생활습관 문제가 있는 아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소장도서

마지막으로 실감이 나지 않지만 믿고 싶은 문장이 있어서 적어본다. "중독은 저주인 동시에 선물이다. 저주라는 건 명백하다. 하지만 중독이 주는 선물은 우리가 회복의 여정을 제대로 따라가기 전까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중독이 선물을 줄 수 있다고? 그 선물이 궁금하고 그 선물을 받고 싶다. 이런 이유로라도 일단 믿어봐야겠다. 믿는 자에게 복이 있단 말을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