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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이에게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by 맘달

상한 영혼을 위하여

by Momdal
1983년 발표된 고정희의 이 시는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견지한 시인이 자기 시대의 상처받은 존재들에게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시인은 고통을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고통과 정직하게 대면하여 이겨내자고 호소한다.

이 문장은 네이버지식백과에서 압축한 <상한 영혼을 위하여>에 대한 소개글이다.

시의 주제는 '고통을 대면하고 수용하는 성숙한 삶의 태도'
1연은 고통을 직시하려는 각오. 2연은 고통에 맞서 현실을 수용하는 자세. 3연은 성숙한 삶의 태도와 자신이 연대할 존재에 대한 기대.

수능시험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 분석한 것에서 일부만 떼어 옮겨 보았다. 과거의 나도 학교에서 이런 식으로 시를 배웠더랬다. 시를 음미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고 험을 위해 달달 외우는 식의 공부를 했다. 문제에 딸린 4개의 후보 지문 중에서 딱 하나만 답을 골라내는 기술을 연마했다. 이런 식으로 건성건성 오래오래 시를 대해왔다. 시가 좋았을 리 없다. 정말 시를 잘 쓰네, 대단한데,라는 생각만 스쳐갔을 뿐 그 맛을 알 수 없었다.


시간을 내어주지 않는데 어떻게 시와 가까이 질 수가 있었겠는가.



작년 가을.

<상한 영혼을 위하여>를 좀 더 깊이 느끼고 음미할 기회가 있었다. 마침 그날은 11월 13일 전태일 열사의 기일이었는데 이소선 합창단 정기공연이 있는데 같이 가자, 고 해서 친구하고 공연장을 찾았다. 친구는 큰 수술과 요양 시간을 보낸 직후라 그날의 외출이 남달랐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지 않아도 친구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만히 손을 포개었다.

2024년 이소선합창단 정기공연

시에 높낮이가 다르고 길이가 다른 음을 보태 노래가 지어졌다. 시를 깊이 음미해야만 거기에 맞게 곡을 붙일 수 있는 걸 텐데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시에 곡조를 다는 일은 조심스러우면서도 대단한 일인 것 같다. 그날 공연 리플릿에 실린 악보를 챙겨 왔다. 시에 날개가 달렸으니 붙들어서.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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