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 송파에 있는 물류센터에 일일근무를 신청하여 다녀왔습니다. 봄에 한 번 해보고, 여름에 두 번째 근무를 하였습니다. 컨베이어 벨트에 배정된 저는 특히 무거운 물건의 줄을 잘 세우지 못하고 결국 계속 떨어뜨렸습니다. 관리자들은 소리를 치고 독촉을 하다가 결국 20대 초반의 젊은 학생들이 추가로 투입되어 무거운 물건을 운반합니다. 네 사람이 투입되었는데도,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를 아무도 감당하지 못하자, 모든 물건들이 떨어지면서 바위산처럼 쌓입니다. 저는 만화의 한 장면 같은 그 충격적인 모습에 입이 벌어졌습니다.
도대체 이런 잔인한 방식은 어디에서 가져온 걸까 생각하면서 어이없게 웃었습니다.
산처럼 쌓인 물건도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다시 손으로 하나하나 운반해야 합니다. 컨베이어 벨트 속도를 줄이는 것보다 이렇게 감당 못할 속도로 내보내서 물건이 다 떨어지고, 사람들이 결국 하나하나 손으로 운반해야 하는 방식이 그들에게는 훨씬 더 효율적인 건가 의문을 가졌습니다.
변두리 자투리 일개미가 되어 1초도 쉬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이렇게 몸을 쓸 수 있는데 맨날 책상에만 앉아 있으니 살이 찌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물류센터에서 정신없이 일하면 머리가 하얘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그러다가 문득 저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 있습니다. 저희 큰 아이와 5살 차이밖에 안 나 보이는 어린 학생들이 일하는 모습입니다.
얼마나 곱게 자랐는지, 얼굴과 손, 팔, 다리까지 아기 피부처럼 뽀얗습니다. 부모님들이 귀하게 키운 아들들이라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저처럼 인생에 닳고 닳은 사람들은 아무리 옆에서 소리를 치고 독촉을 해도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낼 뿐입니다. 그런데 어린 학생들은 관리자들이 소리를 칠 때마다 몸을 두 배, 세 대 속도로 움직입니다. 그런데 사람이다 보니까 결국 몸이 퍼져서 미련 없이 도망을 칩니다.
어린 학생들이 몰래 도망치는 모습을 보면서 '잘했어, 더 멀리 도망쳐. 절대로 영혼까지 쥐어짜지는 마.'라고 응원을 보냅니다.
집에서 몇 시간씩 지치지 않고 부지런히 구석구석 움직이는 로봇청소기를 볼 때마다 물류센터가 생각납니다. 결국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로봇과 기계로 전부 다 대체될 것 같습니다. 인간이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인간에게 어떤 행운과 불행을 가져다 줄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머리를 쓰는 것도, 몸을 쓰는 것도 인간에게는 무척 소중하다는 걸 저는 깊이 확신합니다.
사람은 배우고 느껴야 변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평소에 엘리베이터에서 택배 기사님들을 만나도 먼저 인사를 건넨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물류센터를 두 번 다녀오고 나서야, 그분들에게 너무 고생이 많으시다고 인사를 합니다. 37도가 넘는 서울날씨를 보면서 '내가 갔던 물류센터의 에어컨 설치공사는 다 끝났나? 확인하러 가볼까?'라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저는 지금 삼정회계법인 공인회계사, 현역가왕 공연기획 감독님, 강남 성형외과 전문의 선생님, 반려견 훈련사 대학교수님을 인터뷰하고 책 원고를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십 수백 명의 직업인들을 인터뷰하면서 느낀 건, 존귀한 직업은 그 사람과 인생까지 존귀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남편과 중학생 첫째와 함께 거실 장을 1층까지 운반하였습니다. 그런데, 무거운 짐을 운반하여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는 택배 기사님께서 저희를 보시고는 아이가 다칠 수 있다며 장롱의 모서리 한쪽을 잡아서 같이 옮겨 주십니다. 폭염경보가 내려서 가만히 서 있어도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르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이미 그분의 일이 너무 고되고 힘든 데, 아슬아슬해 보였는지 지나가는 저희 가족들에게 그 귀한 도움의 손길까지 건네어 주신 택배 기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존귀한 직업이 사람을 존귀하게 만들지만, 반대로 존귀한 사람은 그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 직업까지 존귀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쓰다 보니까 그 분에게 너무 감사한 마음에 눈물이 나오네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남들이 선망하는 좋은 직업을 가진 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더라고 당신 그 자체가 존귀한 사람이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존귀함으로 당신의 직업과 일이 빛나는 기적 같은 순간이 반드시 찾아올 겁니다.
(수많은 직업인을 인터뷰하는 중년 아줌마의 말을 믿어보시길 바랍니다ㅎㅎㅎ)
- 맘디터의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