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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i Aug 23. 2016

[러시아] 여행의 맛

러시아 여행 중 먹고 다닌 잡담

러시아 여행 중, 호텔 조식을 제외하고도 중식과 석식으로 20끼 정도를 먹었다. 딱히 맛집을 찾아다닌 건 아니었지만 한 번도 음식에 불만이었던 적이 없다. 다 한국 입맛에 맞는다.


[샤슬릭] 음식은 다 맛있었고 양고기 샤슬릭이 최고였다. 원래 큼직하게 썬 양고기를 양념에 재워 숯불에 구운 음식인데 닭고기 돼지고기 등의 꼬치구이도 샤슬릭이라고 하는 듯. 입맛에 맞아서 5끼 정도는 샤슬릭으로 먹었다. 겉은 탄듯하게 바삭하면서 속은 육즙이 살아있고 양념이 잘 배어져 있어서 술술 넘어간다.  

[도시락] 팔도 도시락이 러시아 히트상품이라더니 정말 큰 슈퍼 작은 슈퍼 가리지 않고 컵라면이 있는 어디에나 있다. 다양한 맛이 팔리고 있고, 한국에는 없는 도시락 봉지라면도 있다. 맛은 한국 컵라면보다 덜 짜고 순하다. 물론 맛은 비슷하다. 컵라면 안에 "포크"가 들어있다. 롯데 초코파이와 한국 껌도 흔히 만날 수 있다.

[러시아 전통음식] 러시아 가정식 스타일도 다 입맛에 맞았다.  피로시키(고기나 양배추 등을 넣은 빵), 블린(팬케이크), 보르쉬(비트를 넣은 수프), 소고기 볶음밥, 소고기 감자조림, 뻴메니(고기만두), 가지 요리, 각종 샐러드 등. 관광지나 도심에는 카페테리아식으로 러시아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많다.

그러고 보니 총 3개의 호텔에 묵었는데, 조식은 세계 어디나 다를 바 없다. 블린이 빠지지 않는다는 것과 딸기잼 빵이 꼭 있는 것 같다는 정도? 제일 저렴한 숙소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호텔이 딱 가정식으로 조식을 준비해줘서 좋았다. 호텔 조식은 전세계가 비슷하기 때문에 사진은 없다.


[한식] 현지화된 한식, 중식 집도 가봤는데 현지화에 성공한 한식당들이 인상적이었다. 주인도 종업원도 현지인. 종업원이 "안동찜닭 앤 짬뽕. 애니씽 엘스?"하고 유창하게 한국음식을 주문받고 해물순두부찌개에 밥 대신 빵을 곁들여 먹는 현지인도 볼 수 있었다. 순두부와 빵이라니...
반찬을 세트로 따로 팔고, 요리와 식사가 잘 구분되지 않는 한식 특성상 각 음식의 분량(500ml, 1L)이 섬세하게 표시되어 있다. 음식은 다 맛있었는데 전반적으로 마늘을 덜 쓰는 느낌이었다.

넵스키 대로 끝 니하오라는 중국집에서 이것저것 시켜먹었는데 다 만족스러웠고 특히 탄탄멘이 좋았다. 인테리어도 깔끔했고. 중국인들은 어디서나 식당을 열어서 현지화하는 재능이 있는 듯.

[간식/디저트] 정말 달고 화려한 디저트가 많다. 가장 러시아적인 것은 '미도빅'이라는 층층이 쌓인 케이크. 가게 반복판에 하얀 화덕을 놓고 빵을 굽는 빵집에서 사 먹었다. 화덕이 인상적이라 사진도 찍어두었다. 인도 난을 굽듯이 납작한 빵을 붙여서 굽고 있었다. 정말 빵 냄새가 온 거리에 퍼졌다. 겨울에는 자연스럽게 난로 역할도 할 것 같다.

편의점, 슈퍼마켓, 디저트 가게, 공연장 매점 등 뭔가 음식을 파는 데가 나오면 기웃거리며 뭐라도 사보았다. 빵 위에 얇은 햄을 얹어 랩에 싸서 파는 간식류는 비주얼이 고깃덩어리처럼 보여 문화 충격이었다. 아, 문화적 충격 얘기하니 카페라테가 떠오른다. 따뜻한 까페라떼를 시켰는데 유리컵에 담아서 빨대를 꽂아주더라는. 따로 이유는 없고 그냥 그게 예뻐 보여서라고 짐작할 뿐이었다.
러시아식 얇은 펜케잌인 블린은 디저트 파는 곳에서도 만날 수 있다.

큰 슈퍼마켓, 작은 슈퍼마켓, 동네 가게 등 어디를 가도 알룐까라는 상표의 초콜릿이 있다. 아기가 그려져 있는 유명한 초콜릿인데 거의 국민 초콜릿급인 듯. 이 포장지 얼굴의 주인공은 나중에 초상권 소송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과일이나 간편식 등 가볍게 간식이나 식사를 대신할만한 것들도 여기저기 판다.

[기내식] 대한항공 상트페테르부르크 In-모스크바 out이었다. 그간 싼 항공권 사느라 여러 항공사 기내식을 먹어봤지만 역시 기내식은 한국 항공사가 만족도가 제일 높다. 비빔밥은 당연히 한 끼 제공되었고, '치킨 샐러드'라는 메뉴가 있다는 것이 신선했다. 사실 기내식은 꾸역꾸역 먹긴 하지만 먹고 나면 속이 도통 편하지 않으니. 항공사 입장에서도 데울 필요 없는 음식이라 좋을 듯.


[비용] 여행 다니면서 전반적으로 음식 가격은 비싸다고 느끼지 않았는데 루블화 가치가 너무 떨어져서 그런 것도 있는 듯. 팁까지 해서 1인당 1만 원 정도가 평범하다. 물론 모스크바 도심 관광지나 오피스 구역은 가격이 올라간다.

[돌아보며] 벌써 샤슬릭이 그립다. 이태원이나 동대문 같은 데를 뒤져보면 그 맛을 다시 만날 수 있겠지. 대단한 음식은 아니니까. 사실 그냥 꼬치구이 아닌가. 그래도 여행 중에 만난 맛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토끼섬 파블롭스크 요새에서 땀을 뻘뻘 흘리다 사 먹은 찐 옥수수 한 토막이 기억난다. 옥수수가 뭐 대단히 다르겠냐만은, 사진만 봐도 그때 입안에 군침이 고인다. 가지런한 옥수수알을 이빨로 끊어먹으며 요새 담에 기대 서 있었다. 그날은 더웠고, 옥수수 팔던 아주머니 표정은 미동도 없었다. 옥수수는 짭짤하고 달았으며 두 말할 필요 없이 맛있었다.

여행의 맛이란 그런 게 아닐까. 흔하디 흔한 노란 옥수수도 특별하게 만드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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