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26
망각의 시작은 회피로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을 물 깊숙이 가라앉히고 차분히 마음을 가다듬어도 자꾸만 수면 위로 올라올 때.
트라우마를 대하던 태도가 과연 옳았는가를 생각하면 건강한 방법은 아니었다. 필사적으로 숨기고 회피했다.
그러다 오히려 내 안에서 더욱 꼬여버린 것이다.
물속으로 미뤄둔 상황은 그대로 물에 희석되어 줄어들길 바랐지만 먼지와 오해와 불필요한 또 다른 감정들로 점점 커져갔다.
그리고 가끔씩 아물기 전에 벌어져서 통증이 와 다시 직면하게 될 때. 그럴 때 물 깊숙한 곳으로 다시 미루고 나도 물속으로 숨어버린다.
숨어서 몸을 최대한 작게 움츠리고 아무도 이런 날 발견하지 않았으면 하며 숨죽이게 된다.
그리고 망각하기 시작하는 거지.
내가 왜 움츠러들었는지 잊어버리고 내가 물속에 들어온 것도 잊어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