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친절하기로 '선택'했다

재능은 주어진 것이고, 친절은 선택이다.

by 고밀도

얼마 전 제프 베이조스가 CEO로 있는 Blue origin에서 사람들을 태우고 우주선을 발사하는 과정을 설레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7월 초 아마존 CEO 자리에서 물러난 뒤 그의 첫 횡보였다. 개인적으로 아마존이란 기업을 분석하면서 그의 철학에 매료되었고, 내 안에 우주를 사랑하는 마음을 더하여 그의 도전을 응원했다. 제프는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의 창업자이자 아마존을 나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 3위 기업으로까지 끌어올린 유능한 CEO다. 그리고 아름다운 시점에서 다음 CEO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빌 게이츠처럼 평판을 뒤집는 스캔들이 없으면 하는 바람이다.)


CEO에서 前 CEO가 되자 그의 기업 운영 전략, 연설들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 유튜브의 알고리즘 추천으로 알게 된 이야기가 나에게는 큰 영감을 주었다. 어려서부터 명석했던 그는 어린시절 골초였던 할머니에게 담배 한 모금당 2분씩을 계산하여 지금껏 9년을 잃어버렸다고 말해 주었다. 그 당시 제프는 자신의 영리함을 뽐내고 싶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할머니는 영리함을 칭찬하기는 커녕 눈물을 흘렸다. 그때 옆에 계시던 할아버지가 제프를 따로 불러내어 “재능은 주어진 것이고, 친절은 선택이다. (Cleverness is a gift, kindness is a choice)”라고 이야기해주었고 선택하는 일이 더 어렵고 중요한 일이라고 말해주었다. 제프는 그때의 깨달음을 마음 깊이 새겼다.


재능은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사용하기 용이하다. 반면, 친절함을 타고나는 사람은 없다. 우리 안에 없는 것이기에 선택하고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 실제로 이 선택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몇 가지 일들만 봐도 알 수 있다. 명석한 두뇌로 명예와 부를 얻고도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불친절을 넘어 상상 이상의 대우를 하는 유명인들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매일 몸을 담그고 있는 회사 안만 보아도 그렇다. 친절함은 조직 안에서 ‘말랑한 것’ ‘우유부단한 태도’로 치부될 때가 많다. 그보다는 친절을 빼고 불도저처럼 일을 밀어붙이는 사람이 아직도 인정받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한 태도는 인류를 변화시킬 힘이 있기에 친절을 선택해야만 한다. 나의 재능으로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마음이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친절은 선택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 나는 친절함을 의식적으로 실천하려고 한다. 요 며칠 작년에 블로그에 썼던 글에 댓글이 달렸다는 알림이 왔다. 작년 여름께 엄마가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남긴 글이었다. 그때는 희망을 바라보고 쓴 글이었으나, 엄마가 옆에 없는 지금 그 글을 볼 때면 한 치 앞도 모르고 돌아가시기 불과 몇 개월 전에 그렇게 희망에 찼다는 것이 몹시 괴로워졌다. 그 괴로움으로 댓글의 알림을 무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글의 내용의 특성상 댓글을 다는 사람이라면 암 환우이거나 암환우 가족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어쩌면 보일 듯 말 듯 한 작은 희망을 찾아 댓글을 달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더 이상 친절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업무가 몰리는 시간대일지라도 댓글이 달리면 바로바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을 해주고 그들의 쾌차를 기도했다.


아마 그분들 중에는 나의 작은 정보로 조금이나마 치료에 호전을 보이는 미래를 갖게 될 수도 있겠지. 이 생각이 나를 위로했고, 따뜻하게 만들었다.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다양한 영역에서 친절을 '선택'할 계획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해야하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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