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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그 선은 넘지 마시오.

마흔이 스물에게

by 고밀도

어느새 나는 마흔이 되었어. 믿기지는 않지만 40년을 살아온 내가 이따금씩 20년을 살았던 너를 종종 생각해. 나 같은 마흔 살 인생 선배가 있었다면 너의 인생은 조금 나아졌을까?


마흔이 되고 보니, 너한테 해주고 싶은 이야기 많아. 물론 너에게 닿을 수는 없을 것이고, 너의 인생이 달라지는 일은 없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주고 싶은 말을 하려고 해.


너는 많은 선택들을 하게 될 거야. 선택의 종류는 아주 많지. 나아갈 길을 선택할 수도 있고, 어떤 상황에서 너의 태도와 위치를 선택할 일도 있을 거야. 대체로 너의 선택을 옳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 다만, 모든 선택에서 주의해야 할 점만 알려주고 싶어.


나는 네가 선택을 할 때 ‘선’을 지키면 좋겠어. 너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 말이야. 그 선을 지켜가며 선택을 해주길 부탁해.


기억나니? 모든 걸 감당할 수 있다고 착각해서 새벽 6시에 압구정으로 향하여 코스메틱 회사에서 6시까지 인턴을 하고,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 학원에서 ‘과학’ 강사를 하던 그때를 말이야.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오면 1시가 되어 쓰러져 잠들었잖아. 그때 너는 너를 보호할 수 있는 선을 넘었던 거야. 너를 위해 네가 쥐고 있던 무언가를 버릴 용기를 냈어야 했어.


앞으로 마주하는 선택에서, 나는 네가 ‘선’을 지켜주면 좋겠어. 너를 망치거나 너를 아프게 하는 선택들은 하지 말자. 그 선을 넘지 말자. 그 선을 넘지 않을 정도로만 최선을 다해 선택하자. 그래도 너는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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