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주. 나의 기록들
#빈 수레 요란하다? 맞아. 요란했어!
"옛날 속담 틀린 말 하나 없다."라고 하시는 어른들의 말을 어렸을 때 나는 잘 이해 못 했다.
특히 빈 수레 요란하다는 말은 와닿거나 한 적이 없었다.
이 문장이 와닿기 시작한 시점은 살아오면서 나이를 먹어가며 나의 생각의 범위가 커지게 되고 고집도 생기게 되고 직장을 다니면서 나의 전문 분야라고 생각하는 분야에서 오래 일하면서 점점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과 관계를 하면서 점점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나도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나는 내가 모르는 분야 또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사실들에 대해 부끄럽지 않기 위해 아는 척을 한 적이 많다.
그런 비슷한 주제로 이야기를 할 때,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면서 실제 증명되지 않은 경험들을 마치 맞다고 생각하며 떠들어 대었다. 참 어리석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나의 모습이 부끄럽다.
그리고 나의 얘기를 들은 사람은 다 안다. 나의 이야기가 100%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데 아는 척하기 위해 실상 더 크게 더 많이 떠들어 대었다는 것을.. 그 사실을 알 것이다.
***나 또한 비슷한 경험을 하였고, 그 상황에서 상대의 아는 척과 쏟아내는 말들이 나중에 진실된 부분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 상대가 한심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말을 하고 난 뒤 집에 돌아오면... 왠지 모를 부끄러움이 넘쳐나게 되고 후회했다. 물론 그 상대 또한 마찬가지로 나처럼 부끄러웠을지 모른다. 그리고 많은 것을 아는 사람은 짧은 문장으로 말하여도 설득력이 있었다.
항상 타인과 대화를 할 때, 입을 조금 더 무겁게 하고 귀를 조금 더 열자고 다짐한다.
하지만 대화를 하다 보면 내가 조금 아는 분야가 나오면 바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 대화 방식은 너무 좋지 않은데... 항상 후회하면서도 다시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더 많이 말하려고 하고 조금 아는 것들로 (실상 사실이 아닐지도 모르는 그냥 카더라.. 하는 것들) 마치 엄청나게 많은 지식이 있는 것 마냥 입을 열어대었다. 듣기보다 하기 바쁜 나의 말들에 적잖게 후회한 적이 많았다. 그리고 강한 어조로 되풀이하는 말들을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 순간이 바로 "빈 수레가 요란하다. " 이 말이 딱 들어맞는다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주의를 준다.
'적당히 해. 나중에 돌이켜보면 후회한다. 알수록 입은 무겁게. 그리고 정말 짧고 굵게 하고 싶은 말의 딱 절반만 하자.'
시간이 지나 그 순간에 쏟아낸 나의 말들은 나중에 나의 부끄러움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요즘은 버릇처럼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브런치 글쓰기에 적고 저장을 한다.
그리고 다시 열어서 읽어보고 편집을 하고 내가 마음에 들 때 발행을 클릭한다.
그렇게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는 브런치 글쓰기는 나의 또 다른 재미있는 취미가 되었다.
그리고 그 글들을 다시 읽으며 생각한다. '다행이다.. 내 입으로 말하지 않아서... '
그리고 편집을 하고 조금 순화해서 발행이라는 버튼을 클릭한다.
#바쁜 사람과 바빠 보이는 사람
너무 바빠!
이 단어를 항상 입에 달고 사는 사람과 어느 순간만 그 단어를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이 단어를 항상 입에 달고 살았다. 그리고 정말 바빠 보였다.
그런데 실상 그날 무엇 때문에 바빴는지 하루하루 일들을 기록해 보면, 별게 없었다. 신기하다.
오히려 쓸데없이 바쁜 기억이 가득한 날들이다.
나의 주변에 바쁜 사람과 바빠 보이는 사람이 있다.
바쁜 사람은 실제 결과를 보면 바쁠 만큼 많이 했다. 그런데 그 순간에 그 사람은 바빠 보이지 않았다.
조용하게 바쁜 상황을 우선순위에 맞춰 하나하나 처리했다. 그리고 기한에 맞춰 본인의 모든 과제를 끝내고 다음 여정을 위한 준비를 하였다. 그런데 바빠 보이는 사람, 나는 정작 이거 저거 건드리면서 하다가 결국 과제를 다 끝내지 못하고 어느 하나는 다음날로 미루고 다음날도 바빠 보이게 되었다.
그리고 버릇처럼 말한다.
"오늘 왜 이렇게 바빠.. 너무 바빠"
그리고 40대 들어서면서 나의 그런 성향은 약간씩 바뀌기 시작했다.
말버릇부터 고쳤다. 진짜 바빠도, 우선 그 말을 빼고 말했다.
"정신없네, 우선 무엇을 할지 잠시 호흡을 가다듬자. "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조금씩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매겼다.
급하고 빠르게 해야 할 것들, 그리고 급하지만 천천히 해야 할 것들, 그리고 지금은 중요하지 않아서 살짝 미뤄도 될 것들, 그렇게 약간씩 정리하고 메모하면서 일들을 처리하였다.
그리고 내가 해야 할 것들, 타인과 해야 할 것들, 타인의 도움을 조금 더 받아야 할 것들, 이렇게 분류하며 자존심 상해서 혼자 전전긍긍하며 시간을 허비했던 일들을 타인과 논의하면서 조금 더 빠르게 처리하였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바빠 보이는 척을 하지 않았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하면 되지! 그리고 할 수 있지!라는 단어로 다르게 포장하니 일이 수월했다.
비슷한 업무를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와 비교한다면 조금 더 효율적으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고,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압박이 조금 덜 해졌다.
신기했다. 내가 내뿜는 버릇 같은 말들과 단어들이 오히려 그날의 나를 옭아매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 내가 내뿜는 버릇 같은 말들과 단어들이 곧 내일의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래! 할 수 있다. 그리고 하면 되지~ "
조금 더 편안하게 나를 놓아준다.
그리고 바빠 보이는 사람보다 바쁜 사람이지만 여유로워 보이고 싶다.
새벽시간의 적막은 나를 더 깊숙하게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그 시간에 쓰는 글들은 더 진솔하였다. 그리고 더 잘 써내려 가진다. 그리고 더 집중해서 나의 공부가 가능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더 또렷하게 보이는 시간이다. 모든 사람이 같을 수 없지만, 나는 새벽의 이 시간이 더 집중하고 몰입하고 그리고 더 깊숙하게 나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꼭 끝까지 해보자. 그리고 10시가 되기 전에 졸음이 쏟아져서 다행히 야식과 폭주를 조금씩 멀리 할 수 있었다. 길게 해 보자!
photo by pinterest @ carla hay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