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이 아니어도 좋다
'나는 재밌는 사람이다' 자부하며 살아왔다.
학창시절 늘 반장을 놓치지 않았으며
대학에서도 과대표를 맡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곧잘 사곤 했다.
그래서 딱히 내 인생에 지루함은 없다고 느꼈다.
그렇게 한 해, 한 해가 지나가며
그토록 좋아하던 술자리도 하나 둘씩 빈도가 줄어들고 때때로 나 홀로 있는 시간을 가질 때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나의 취미는 무엇일까? 나는 무얼 좋아할까?'
한국인들만의 취미칸 써내기 대표 주자랄까..
음악 듣기, 책 읽기, 걷기 등 이토록 특색없는 취미가 아니라 진정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
내던져 보는 시간이 많아지기 시작하며
곧 '나는 재미없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엄습해 온다.
재미? 란 어떠한 작은 것에도 몰입하고 내 몸을 그것에 맡기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하나에 내가 동화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 관점에서 내게 재미란 '술 마시기' 라는
아주 어처구니 없는 결론에 도달하는 내 꼴을 보고 있노라니 웃기지도 않는다.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를 알아야 할 때인 것 같다. 천편일률적으로 공부가 답이다. 라는 틀을 내세웠던 부모 세대와는 다르게
지금은 각양각색의 새로운 직업들과 재미난 취미들로 넘쳐난다.
1등이 아니면 다 쓸모없다는 식의 가르침의 잔재로
취미 삼아 하는 운동, 악기도 자조적 관점에서
운동 선수, 음악가 할거 아닌데 뭐.. 왜 하냐? 라는 식의 눈초리를 보냈었던 사회지 않나 싶다.
1등이 아니어도 좋다. 선수가 안되어도 좋다.
내가 가진 그 '작은' 취미 하나에
내 온몸과 정신을 맡기고 그것에 흠뻑 취하면
그것은 '커다란' 나의 자양분이 된다.
그러한 점에서 취미라는 것의 무게를 나날이 새로이 마주하게 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면 어떠랴.
내 온 한몸 온전히 맡기고 즐기고
그것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취미가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 충분치 않은가..
흠뻑 취하는 술자리 대신
왕창 내가 취하고픈 취미를 갖고 싶은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