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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Oct 22. 2023

의외의 것이 의외의 곳에

이럴 때 저는 매력을 느낍니다..

어제 이런저런 노래를 찾아 듣다가 우연히 정말 매력적인 노래를 발견했다. 3년 전에 나왔다는데 나는 왜 이제야 이 노래를 알게 된 걸까.

달의 하루라는 밴드의 ‘너로 피어오라’라는 노래인데 제목부터 마음에 든다.

하긴 노래는 너무 개인취향적이라 누군가에게서 추천받고 내가 추천해 준다고 해도 추천해 준 사람의 마음에 와닿은 것처럼 상대도 느끼기가 참 어려운 것 같기는 하지만..

https://youtu.be/3vhA8njtoQg?si=EdiB-3chY9p1wySE


이 노래가 좋아서 수십 번 들으면서 뮤비를 보았고, 알쏭달쏭해서 의미를 알아내고 싶었다.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어차피 예술이라는 게 작가가 의도했던 방향으로 또는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그 작품을 접하는 사람들의 각자의 생각과 해석으로 들여다보는 게 예술의 매력이니까 정답은 없지만,  내 생각에 검정머리 소녀와 흰머리 소녀가 거울로 서로 바라보고 있으니까 동일인물일 거라는 해석에는 별다른 이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어떤 선택 앞에 한 사람 안의 이성과 감정이 서로 엎치락뒤치락 싸우면서 서로가 주도권을 쥐려고 하는 거라고 상상하며 들었다.

이 노래는 독특한 영상도, 매력 있는 보컬도, 가사도 마음에 드는데 특히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가사가 이 노래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 봤다.

나인 그대로 피어나고 싶어
가장 바라고 가장 두려운 것은
빌린 모습으론 가질 수 없어
나인 그대로


이 부분이 의미 있게 다가와 여러 번 듣고 읽어보았다. 진정한 나의 모습으로 꽃 피워가는 삶.

살아가다 보면 나의 진정한 모습보다 조금 더 멋진 것처럼 더 아는 것처럼 더 예쁜 것처럼 포장하고 싶은 욕구를 마주할 때가 있는데.. 그렇게 빌린 모습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그것은 모두 결국에는 유지되기 힘든 허상일 뿐. 그런 내가 아닌 모습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다 보면, 진짜 나와의 갭 때문에 점점 마음이 공허해지고 채워지지 않는 욕구에 잠식되어 결국 진정한 나를 잃어버리게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이 노래가 매력적인 부분은 이 부분이라고 느낀다.

비주류적으로 전심전력으로
격정적으로
기회주의적으로 절치부심으로
원색적으로

왜냐하면 이 부분에 나온 단어들이 노래에서 잘 쓰이지 않는 표현이고 문어체인 단어들이라서 오히려 독특하고 더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온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이 부분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며 쉽게 잊히지가 않는다.

이렇게 의외의 것을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하면 매력을 느낀다. 뭔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한 듯 다시 돌아보게 되고 여러 번 듣거나 쳐다보게 된다. 그런 게 재미있고 매력적이라고 여겨진다.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성격 등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부분을 발견했을 때도, 그림이나 글 같은 예술 속에서 의외의 표현이나 예상치 못한 흐름이 진행될 때에도, 노래 속에서 이런 독특한 표현이나 단어들이 쓰일 때  나는 의외의 것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았다는 기쁨과 재미있다는 느낌과 함께 그 매력에 사로잡혀 여운이 길게 가는 듯하다.


https://youtu.be/AmHmkb6nkYk?si=JoRTA7iGdvAPAzHS

이 노래가 발표된 당시에도 이 곡에 한동안 꽂혀서 여러 번 들었었다.

보컬이 과학선생님인데, 자기가 알고 있는 전공지식을 사랑이라는 감정과 연결시켜서  사랑 앞에 자기 마음이 녹는 걸 대리암이 염산과 반응하면 녹는 것에 비유한 곡인데 곡 자체도 매력이지만 노래 중간에 화학식이 나온다.


이것이 염산반응이다
HCl이다 CaCO3다
2HCl + CaCO3는
CaCl2 +CO2 + H2O다


이 가사를 처음에 듣고 진짜 매력적이고 기발하다고 생각해서 웃음이 나왔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한 걸까. 사랑 노래에 이런 화학 공식이 들어갈 거라고 대체 누가 상상이나 해봤을까. 과학자가 입을 법한 하얀색 가운을 입고 희한하게 자기 느낌대로  춤추는 모습조차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외모가 잘생겼다거나 내 취향이라는 게 아니라, 어딘가 미쳐있는 열정적인 사람들만이 풍기는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muse의 starlight는 아들이랑 천문대 가는 날이면 오며 가며 꼭 여러 번 듣고 따라 부르는 애창곡인데 가사에 명사가 많이 나온다. 그리고 이 곡 또한 보통의 사랑노래라면 잘 안 쓰일 것 같은 천문학 관련 단어와 내용으로 표현이 되어서 이 노래만의 멋짐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비슷한 이유로 같은 밴드의 supermassive black hole도 좋아한다.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뭔가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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