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보고 감동과 충격에 빠져 근처를 혼자 걸어 다니며 생각에 잠겨있게 하고 결국 며칠 뒤에 다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게 만들었던 영화는 나에게 3편 정도이다.
그중 하나는 물랑루즈라는 영화이다. 일단 이 영화는 여러 올드팝송을 엮어서 뮤지컬 형식으로 만들어서 내가 아는 노래들이 나올 때마다 눈이 커지며 희열감에 차오르고 마치 콘서트장에 온 듯 신나게 몰입하게 된다. 그리고 스토리 라인은 소설 춘희(라 트라비아라)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고등학생 때인지 대학생이었을 때 춘희를 소설로 읽었었는데..
그 당시는 센세이셔널했을지 모르지만 지금 듣기엔 꽤 뻔한 줄거리이다. 상처받아 더 이상 사랑을 믿지 않게 된 고급창부와 사랑을 믿는 순수한 청년이 만나고, 청년의 일편단심 사랑을 처음엔 받아주지 않다가 결국 둘이 사랑에 빠지나, 병약한 여주가 폐병에 걸려 피를 토하고 죽게 되는 비극이라고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여기 나오는 노래들은 이미 유명세들을 탔던 기존의 팝송이긴 하지만 나는 Roxanne이라는 노래는 꼭 영화 ost로 듣는다. 그것도 영화 속 장면으로 들으려고 유튜브로 찾아서 본다.
https://youtu.be/YtxXtJTRPWA?si=eb2O5EKrKKkhOSzb
그 이유는 일단 연주되는 여러 악기들의 몰아치는 듯한 사운드가 남자 주인공의 격정에(질투, 슬픔, 분노 등) 사로잡힌 마음을 너무 잘 표현해 주는 것 같아서 감정이입이 되고, 노래를 이끌어가는 아르헨티나 인으로 나오는 캐릭터의 걸걸한 목소리가 매력적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캐릭터들이 탱고를 추면서 들리는 바닥 끄는 소리, 신발로 바닥을 치는 소리, 옷 등이 스치는 소리 등이 너무 좋아서이다.
내 버킷리스트 중에 스페인 골목길에서 누군가와 탱고 추기가 있다. 들으면 다들 웃어서 말하기 살짝 저어 되기도 하지만 그냥 내 꿈이고 버킷리스트이니까 뭐 어때. ㅎ
남자친구가 있다면 남자친구와 출거고, 그때 만나는 분이 없다면 지나가는 솔로인 외국인에게 춤만 한번 같이 춰달라 청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결국에는 못할 수도 있지만 이런저런 꿈을 가지고 있는 건 내 존재의 의미이자 정신의 중심부라고 생각한다. 꿈이 사라지면 나는 사라질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 이런저런 작고 큰 목표를 가져봤던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내 꿈을 이루던 이루지 못하던 그를 위해 내가 배우고 시도했던 것들이 결국 나중에 다 어떻게든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아서 잃을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내가 탱고와 관련하여 올렸던 그림이 있었던 것 같아 찾아봤다.
이 그림을 올린 게 2019년이었는데... 좋다. 마치 내가 쓴 듯 남이 쓴 것 같은 느낌이 동시에 든다고 해야 하나.
2023년 지금, 나는 저 책을 읽었는지 가물가물하게 잊어버렸고.. 정확한 용어도 기억나지 않고.. 이렇게 내가 책을 읽으며 공감했거나 탱고에 대해 어떤 자세한 생각을 했었는지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바쁘다는 이유로 뒤쪽으로 밀려나 있었는데, 다시 내가 썼던 걸 읽으니 상기도 되면서 새롭기도 하고... 다시 마음속에 새겨보게 된다.
역시 기록은 중요하다.
내가 보기에도 그렇고, 나중에 아들에게도 넘겨주기 위해 계속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