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곡 선생님은 저의 장인어른이십니다. 저의 장인어른이시기 때문에 이야기를 해야하는 건 아닙니다. 저의 장인어른이 위의 시조를 지으신 절재 김종서 장군의 후손이시기 때문입니다. 절재 김종서 대감의 형인 묵재 김종한 대감이 장인어른의 15대 선조이십니다.
후손이 선조의 뒤를 잇는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선조의 정신을 잇는 것입니다. 후손들에게 무엇을 물려준다고 할 때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을 물려주는 것입니다.
장인어른은 저희에게 '개인적인 이익을 대하거든 그것이 마땅히 옳은 것인가를 생각하라'시며, '견리사의'(見利思義)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시면서 강조하셨습니다. 그 강직함의 연원이 절재 대감에 닿아있습니다. 그 정신이 곧 장인어른의 자긍심이자 당당함이셨습니다.
2. 사생취의
이제 절재 대감으로 돌아갑니다. 흔히 절재 대감을 '김종서 장군'이라고 하면서 무관 출신으로 착각을 합니다만, 절재 대감은 문관 출신입니다. 장군으로서 혁혁한 공을 세울 정도로 문무를 겸비한 것이지 무관으로서 감각적인 표현을 기가 막히게 해낼 정도로 시조를 잘 쓰셨다고 하면 오해입니다.
한 번 더 들어갑니다. 시조의 마지막 줄에 '긴 파람 큰 한 소리'에 대해 절재 대감의 기상과 호기로움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 기상과 호기로움이 어디에서 오는가 하는 겁니다.
'견리사의'의 정신을 조금 더 강하게 나타내면, '사생취의'(捨生取義)가 됩니다. 목숨을 버릴지언정 옳은 행동을 한다는 말입니다. 정신이 이럴진대 두려울 것이 무어 있겠습니까? 스스로 옳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 길을 가는 것이지, 충성스러운 신하이기 때문에 그 길을 가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3. 존천리거인욕
한 번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고려조를 무너뜨리고 조선조를 세우면서, 정도전은 조선을 군왕의 나라가 아니라, 유학자들의 나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 유학의 핵심강령에 '하늘이 명한 도리를 받들고, 사람이 좇는 욕심을 멀리한다'라는 뜻의 '존천리거인욕'(尊天理去人欲)이라는 대명제가 들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