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소학>(四字小學)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사자소학>은 옛날 서당에서 <천자문>, <동몽선습> 등과 함께 초급자들이 배우던 책입니다. 우리는 흔히 서당에서 문장과 책을 달달 외우는 공부를 했다고 피상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당에서 문장과 책을 외우는 암기 교육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암기 교육이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당식 암기 교육의 첫 번째 목적은 문리를 틔우고자 하는 데 있습니다. 암기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던 겁니다. 한문은 외국어와 같습니다. 한문문장에 토를 달아 암송함으로써 저절로 한문의 문리가 트이게 되는 겁니다.
서당식 암기 교육의 두 번째 목적은 한문문장의 뜻을 풀이하면서 사물의 이치와 삶의 이치를 가르치려는 데 있습니다.
2. 서당식 교육의 예증
損人利己 終是自害
토를 달아 읽어보겠습니다.
<손인으로써 리기하면 종시자해니라.>
이것을 '손인하고 리기하면'이라고 대등하게 토를 달면, '손인'과 '자해'는 서로 어울리지만, '리기'와 '자해'는 서로 충돌하게 됩니다. 그래서 '손인으로써 리기하면'이라고 토를 달아야 합니다. 그 뜻을 풀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남을 해침으로써 자기를 이롭게 하면, 결국은 스스로를 해치는 것이 된다.>
토를 달아 읽고 그 뜻을 풀이했지만 아직 해야할 일이 남아있습니다. 왜 그런지 그 이치를 알아야합니다.
인과응보의 이치가 들어있습니다. 자기가 남에게 행한 것이 결국 남이 자기에게 행하는 것으로 돌아온다는 겁니다.
다 된 것 같은데 한 번 더 물어보는 겁니다. 저는 여기에 <마찬가지의 이치>가 들어있다고 봅니다. 남과 자기가 서로 남남이기만하다고 보면 '둘'(2)이 됩니다. 남과 자기가 남남이면서 우리라고 보면 '둘이면서 하나'인 두레, 공동체(2=1)가 됩니다. '마치 한 가지에서 나온 잎'이라는 겁니다. 그것을 '마찬가지'(마치 한 가지)라고 합니다. 그래서 남을 해치는 것이 자기를 해치는 것과 마찬가지인 이치를 담고 있다고 하는 겁니다.
3. 교육에 대한 제안
지금까지의 교육이란, 지식과 기술을 전수하여 사회구성원을 육성하는 일을 말합니다. 저는 기존의 교육의 개념에 대해 다음과 같이 확장된 개념을 제안합니다.
<교육이란, 지식과 기술을 전수하여 사회구성원을 육성하고, 학문하는 방법을 훈련시켜 학생을 양성하는 일을 말한다.>
교육에 넓은 의미의 학문을 포함시켰습니다. 넓은 의미의 학문이란 나날이의 삶에서 묻고 배우는 일을 통해 터득한 것을 다시 일상의 삶에 적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넓은 의미의 학문을 하는 사람을 학생이라 합니다. 먼저 학문의 길에 들어선 선생과 나중에 그 길에 들어선 후생이 있을 뿐입니다.
넓은 의미의 학문을 통해 전문적인 영역에서 체계적인 지식을 탐구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활동을 좁은 의미의 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좁은 의미의 학문을 하는 사람을 학자라고 합니다.
좁은 의미의 학문을 하는 학자도 넓은 의미의 학문하는 자세와 방법을 견지해야하기 때문에 학생입니다.
학생으로서 묻고 배우는 자세를 잃어버리면 학자도 선생도 교만하고 오만한 '꼰대'가 될 뿐입니다.